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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쓴다는 것
1624 2009.02.14. 08:45


꽤 오랫만에 펜을 잡았다.

2달전에 사놓고 손도 안대었던 소설책 한 권을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해치웠던 그 긴 밤의 여운이 남아

날이밝는대로 충동적으로 책 두 권을 더 지르고

펜과 노트도 지르고

카페에 아무렇게나 앉아

창 밖으로 스치는 많은 사람들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하였다..


크림 가득한 카푸치노. 반갑의 담배. 노트와 펜. 잔잔한 음악. 낯선 사람들.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미세한 감성의 떨림.

더 바랄 것이 없다. 는 말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나는

열 한 두 살 무렵의 어린 문예반 소녀로 돌아가

그 때처럼 생각의 흔적들을 떠오르는대로 마구 적어내려갔다.

가만히 멍때리다가. 번득 눈에 불을 붙이고 ㅁ ㅣ친듯 노트에 휘갈기기의 반복.

행복했다.

가슴 속 밑바닥에서 뜨거운 것들이 일렁거리는 설레임.

그 것은 상상 이상의 기쁨이었다.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손놀림 때문에

꽤 많은 이야기들이 산산히 부서지거나 흩어져버리기 일쑤였지만,

손목이 아프도록 힘을 주어

청춘의 선혈이 낭자한 내 시간의 길을 돌이키거나

무심히 흘려버린 생각의 파편들을 끌어모으면서

한 줄 한 줄 노트를 채워가는 일은

정말로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손목을 짓누르는 고통조차 행복할 정도로..



그래. 이 황홀한 고통..

무언가 쓴다는 것.

생각 한다는 것.


그래. 나는 아직 살아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