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개인 뒤라 그런지,
구름 한점 없는 밤하늘은 유독 맑고 깊었다.
'내게 이것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비에 젖은 바닥과 벤치들 틈에서
넌 용캐도 마른자리를 찾아내 그곳에 앉아있었다.
네게 다가가자, 발끝에 널부러져있는 맥주캔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 " 뭐야. 또 술이야? "
▷ " 오빠 왔네. 한캔 먹을래 ^^ ? "
언제나 환한 미소속에 살풋 슬픔을 띤 너의 얼굴을 대할때면
난 늘 가슴이 아팠다.
네가 건내준 맥주캔을 받아들고 천천히 입에 밀어넣었다.
.......
역시 맛은 없었다.
▶ " 아 드럽게 맛없네. -_- 이런걸 대체 왜 마시는거야 "
▷ " 오빤 술을 맛으로 먹냐 "
▶ " 그럼 왜 먹는데? "
▷ " 취할려고 먹지 "
▶ " 취하면 뭐가 좋은데? "
▷ " 취하면 행복하잖아~♡ "
▶ " 맨정신으로 행복하면 안돼? "
순간 네 손에 들려있는 맥주캔이 살짝 찌그러지는 것이
눈에 잡혔다.
'아차..'
생각없이 나온 나의 한마디는
마치 찌그러진 맥주캔처럼, 너의 가슴을 찌그러뜨려버렸다.
고개를 숙이고, 너는 한참동안이나 침묵했다.
▷ " 오빠도 언젠간 술이 맛있어지는 때가 있을거야 "
그리고나서 너는 또 조용히 손에 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취해야지만 행복할 수 있다는, 네 모습이 내겐 너무나 측은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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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고 또 먹어,
사람들과 만나면 쉽게 술을 마시는 나이가 되었다.
술은 여전히 맛이 없지만,
사람들이 왜 술을 먹는지
이제 조금은 알것 같다.
사람들은 도망을 칠 수 없어 술을 마신다.
인생을 살다보면, 좋은시간도 있겠지만
악몽같이 힘들고 버거운 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어린아이였을땐 그 시간 앞에서 도망쳐버리고 등돌려버리면 그만이었지만
어른이 된 후에는 그 시간 앞에서 더이상 도망할수 없다.
버텨야하고, 맞닥뜨려야하고, 참아내야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것이다.
힘들고 버거운 현실앞에서
도망치지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그 악몽같은 시간을 잠시 도망보내기 위해서 ..
밤낮 술만 퍼대는 네가 싫었던 것도,
맛대가리 없는 술이 싫었던 것도 아니다.
같이 술을 마셔주는거 외엔,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작은 내 자신이 나는 참 싫었다.
넌 늘 술뿐이었고
난 늘 너뿐이었다.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