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길은 이국생활이 끝이 나는 날.
2월 27일 저녁나절이나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간단한 입국 심사만 마치면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 남았다.
내국인(한국인) 전용 심사대를 통과하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흑인이다.
요즘은 원화 약세로 인해서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자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테고
우리 주변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굳이 주변에서 찾지 않더라도 tv, 인터넷을 통해서
더 이상 외국인을 보고 놀라워 하는 사람은 없을 터이다.
하지만 내가 그 이방인(?)에게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은
그가 외국인 심사대가 아닌 한국인 심사대에 줄을 서 있다는 점이었다.
1. 내국인전용심사대는 한글과 영어로 씌어져있다.
2. 이 흑인은 영어와 한글을 둘 다 모를지도 모른다.
3.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도 다민족국가.. 혹시나 이 사람이 한국인이라면..?
순간적으로 지나간 생각에 그 사람의 여권을 훔쳐보려했지만
여권은 손바닥에 가려 국적을 알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1. 이 사람이 한국인일 수도 있다.
2. 하지만 외국인일 수도 있다.
한국에 취업이나 관광을 위해서 기대에 찬 마음으로 왔는데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렸더니 이쪽에서는 자신을 통과시켜줄 수 없다고 하지.
다시 가서 줄을 서라고하지... 에효 한국은 뭔놈의 통과 절차도 복잡하고 이리도.
잠시 그 흑인과 동화된 나는 말을 걸어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다시 멈칫.
이 사람이 한국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이 좋아서 이 나라 국민으로 귀화한 그에게
누군가가 관심을 보이거나 시선이 집중되는 일은 잦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주 이런 일을 겪는다 하더라도 이는 익숙해질 수 없다.
아 짜증나.. 괜히 한국사람이 되겠다고 해가지고...
그가 한국인이라면 내가 말을 거는 것이 상당히 무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심했지만 아직도 줄은 엄청 길게 늘어서있었다.
결국 나는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떻게??
후아유?? 아 이건 아닌가..
아 유 코리언?? 이게 맞는거 같아.
바보바보. 한국인에게 영어를 쓸 필요가 전혀 없잖아.
"저 실례지만 한국인이 신가요?"
최종적으로 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위와 같다.
나의 질문에 잠시 얼굴이 굳어진 그사람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늦게 "네" 라고 대답을 했다.
"아 죄송합니다. 혹시나 외국인이신가 해서요."
뒤이어 사과를 하긴 했지만 웬지 구차한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무안했을까..
남이 곤란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의 천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오지랖만 넓어서는 안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