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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劍 켄신 心] 『 나를 멈추는 사람 』
6285 2009.03.30. 09:50






얼마전 연애를 시작한 친구놈들은 오늘도, 자기 사랑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 "야 너네 목숨을 건 사랑해봤어? 내 사랑이 그래. 난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죽을 자신도 있어"

▷ "겨우 목숨하나가지고..? 나는 내 모든것을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다.
내 모든것을.."

▷ "야. 넌 어떤데"

▶ "나..? 난 혼자잖아"

▷ "아니 연애했을때 말이야"

▶ "음.. 목숨을 건 사랑? 내 모든것을 줄 수 있는 사랑?
그런건 잘몰라. 그냥 시원찮았어"



거창한 대답을 기대했는지, 말 그대로 시원찮았던 내 대답에

친구놈들은 아예 날 대화에서 제외시켜버리고 말았다.

말할 상대가 없어진 나는 조용히 술집을 빠져나와 혼자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손엔 또 작은 맥주캔 하나가 들려있었다.

네가 즐겨먹던 바로 그 맥주였다.

그리고 의도한건 아니지만, 하염없이 걷다보니 내 발걸음은 어느새

너와 마지막으로 이별한 장소, 마포대교 위에 서있었다.



마포대교 위에서 바라본 한밤 중 한강의 모습은 그날과 다를 바 없이

참 아름다웠다.

깜깜한 밤하늘과 맞닿아 있는 강줄기는 마치 흐르지 않는 것처럼

조용히 멈추어있었고

나는 한동안 말없이 멈추어있는 그 풍경을 내 눈에 담았다.

나까지 멈추어버린 착각이 들만큼 오늘 세상은 또 한번 멈추어있었다.




그래.. 너는 나를 멈추는 사람이었다.

"내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

"내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사람..?"

넌 나에게 결코 그런 대단하고 거창한 사람이 아니었다.

너는 단지 나를 멈추는 사람이었다.


너와 함께 하는 시간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고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대소변이 마렵지 않았다.

그만큼 너와 함께하는 시간들은, 내게 너무나 완벽한 순간들이라

나는 네 앞에서 멈추어있었다.


오늘 꼭 해야 할 일, 내일 꼭 해야 할 일, 앞으로 해야 할 일들.

저녁에 만날 친구들, 주말에 할 가족모임, 내가 있어야 할 장소들.

네 앞에서 멈추어버린 나는 그 어떤 것도 생각 할 수 없었다.

계획한 일이 틀어지고, 마음먹은 일이 어그러져도

난 너만 내 앞에 있어주면 슬퍼 할 감정도, 화를 낼 이성도

그 어느 것도 느낄 수 없을만큼 너무나 행복했다.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하루의 전부였어도, 절대 아깝지 않은 시간들.

너때문에 하지 못한 일들이 수두룩했어도, 전혀 아쉽지 않은 마음들.

그냥 난 너 하나만 내 앞에 있으면 모든게 만사 Ok 였다.


완벽한 순간속에 너와 나.

그것이 너와 함께 한 내 생애 최고의 하루하루였다.





......

지금 돌이켜보면

넌 내게 목숨보다 중요한 사람도 아니었고

내 모든것을 줄 수 있을만큼 대단한 사람도 아니었다.


너는 단지 나를 멈추는 사람일 뿐이었다.

너무나 완벽한 순간 속에,

나를 멈추어주는 그런 사람일 뿐이었다.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