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하지도 않겠지만 잠깐 들렸어.
이 놈 비밀번호 잊어버려서 한참을 헤맸다..
밤과 낮이 뒤바뀐 채
달빛을 햇빛삼아 외출하고
햇빛을 달빛삼아 귀가하며
나름 창창한 청춘을 즐기다보니 시절은 벌써 봄의 한복판이네.
음....
지금부턴 일종의 푸념같은거야. 늘 그랬듯.
잘 들을 필요는 없어.
정신없이 흔들렸던 많은 날들.
나를 쫓아가기바빠 참 많이도 잃어버렸지. '진짜 나'와 그 무엇.
그 격정의 시절 속에서 내가 지었던 표정과 표정들도
모두 다 흘러가고 흩어져버렸네 벌써.
언제부터일까.
무슨 까닭일까.
나에게 '나'를 물었던 수 많은 질문들을
더 이상 던지지않게되었는데
아마 그 무렵부터였을거야.
지켜야 할 것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지.
그 시기가 오묘하게 교집합을 이룬다는 사실을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고
그 순간 엄청난 낯설음에 소름이 돋았던 것도 같다.
한 때 내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이루고 싶었던 것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시기도 그 쯤이었지 아마.
어른의 과정이라고 하더라. 어른같은 어른들이.
열정과 정열의 증발.
인정 할 수 없는 그 일을 흡수해야만 하는 고통을 너는 아는지.
오장육부가 시커멓게 타버렸고
세상이 그렇게나 텅텅 비어있을 수가 없더라.
처음엔 지구의 종말이 온 줄 알았어.
근데 시간 참 우습지.
아... 힘들다. 아.... 힘들다....
푸념 좀 내뱉으며 눈 한 번 감았다 뜨니 어느새 다 지나갔어.
그 힘든 나날 속에서도
순간의 쾌락에 낄낄대며 웃다보니,
배가 고프다보니,
너무 졸리다보니,
그러다보니,
시간이 스치고 계절이 흐르고
격했던 감정들은 추억이 되더라.
그렇게 또 살아지더라.
그래 뭐..
돌이켜보면
한강물에 풍덩 뛰어들거나, 면도칼로 손목을 긋거나
노끈에 목을 매거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할만큼
나쁜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
그리고 지금은
아주 살만하지는 않지만
그냥 그럭저럭 지낼만은 한 것 같다.
네 봄날은 어떠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