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나는 말을 짧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유난히 더 싫어했던 것 같다.
8년전쯤으로 기억한다. 집털이 사냥중 유독 말을 짧게하는
한 전사님이 계셨다.
"ㄴㄹ"
"속"
"ㅈㅈ"
"아 ㅃㄹㅃㄹ"
지금은 웬만큼 알아들을 수 있는 저 줄임말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굉장히 생소했고, 썩 기분도 좋지 않았다.
말 좀 곱게 쓰라고, 한마디 해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일이 터지고 말았다.
자리를 잡고하는 사냥도중, 그 전사님이 코마가 뜨고 말았고
전사님을 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은 팀원중 나밖에 없었다.
당연히 살리려고 코마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살"
역시나, 들려오는 그 짧은 한마디.
순간 나는 참았던 분노게이지가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네? 뭐라고요?"
사냥 도중, 팀원이 코마가 뜨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리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난 정말 그 사람을 살리기 싫어지기 시작했다.
"살"
"살"
"아 장난?"
전사님은 화가 났는지, 말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지만.
저 말 역시 당시에 철없던 내 자존심을 건드리고 말았다.
"<살려주세요> 라고 말하세요"
황당한 이 상황에 팀원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더 황당한 일은 이 다음에 벌어지고 있었다.
"살"
"살"
"ㅃㄹ 살"
그 전사님은 끝까지, '살려주세요' 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설마 사냥도중 후득이라도 시키겠어라는 안도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자존심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분은 끝까지 "살" 만을 고집하셨고
그러다, 결국 아이템을 전부 쏟고 말았다.
전사님이 뮤레칸을 다녀온 후
싸움은 대판 커지기 시작했고
나도 어린마음에 자존심을 꺽기 싫었는지, 고개를 빳빳히 들고
난 잘못한것 없다는 투로 목에 핏줄을 세웠다.
결국 팀원들의 중재로 싸움은 별탈없이 끝이 났고
그 전사님과도 화해를 하고 후에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그후로 나는 한동안
"다락방의 피케이범 켄신" 이라는 별칭을
꼬리표처럼 달고다녀야 했다.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