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네가 살고있는 그 별. 인구 수는 얼마나 되지..?"
▶ "음.. 한 2천명 정도..될려나..? 잘은 몰라. 요즘엔 못 세어봤어.
한창 사람 많았던 옛날엔 4,5천명은 거뜬히 넘기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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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엔 그래픽도 화려하고, 인구 수도 많아서 살기 좋은 혹성이 많을텐데..
너는 왜 그 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추억.. 때문인가..?"
▶ "나도 한때는 추억..때문이라고만 생각했어.
하지만 이젠 다른 이유가 생겨버렸어.. 나는 이곳에서 해야만하는 역할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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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할..? 그 역할이란게 무언데..?"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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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참 웃기는군.. 그 작은 혹성에 시인이란 직책도 있어?
너는 그럼 돈이나 물건을 받고 글을 쓰는 역할을 하는 것인가..?"
▶ "그건 아니야.. 운영자한테 1년에 정기적으로 소정의 상품은 받고 있지만
그건 극히 미약한 수준이지.."
▷ "3일에 한번.. 1주일에 한번.. 이렇게 글을 쓰는 기한도 정해져 있나..?
직장인들처럼?"
▶ "아니 그런건 없어.. 눈코뜰새없이 바쁠때면 잠시 글을 쓰는것을 멈추는 것이고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상태가되면, 이곳에 와서 글을 쓰지.
요즘엔 글을 안쓴지 1달이 부쩍 넘어버려서.. 이곳 사람들에게 참 미안한 마음 뿐이야.."
▷ "엉터리 시인이군..
그런데도 짤리지 않나..? 사람들이 욕도 많이 할텐데..?
▶ "나는 이곳에서【 바람 】같은 사람이야.
바람은 언제 어디서 불어올지 몰라. 하지만 바람이 불지않는다고 바람에게
욕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사람들은 언젠가 바람이 다시 불어올것을 알기때문에
그 누구도 바람에게 재촉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거야.
그래서 나는 내가 이곳에 글을 쓰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결코 불안해
하거나 초조해지지 않아. 아마 이곳 주민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꺼야.
지난 10년간 그만큼 서로에 대한 오랜 믿음이 있었으니까 가능한 일이지.
그리고 날씨가 더 무더워질수록 작은 바람 한번에도 사람들은 참 기뻐하곤 해.
그래서 바람은 행복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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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그럼 뭣하러 시간을 할애해가며 글을 쓰는 거지..?
책임감? 의무감? 그런것들 때문인가..?"
▶ "아니.. 난 사람들에게 내가 쓴글을 보여주는 것이 좋아.
이 혹성 사람들이 힘들때마다 내 글을 통해 잠시나마 편하게 쉬어갈 수 있다면
참 좋겠어. 그들이 내 글속에서 무언가를 얻어간다면 더할나위없이 기쁘고 말야"
▷ "그럼 이 혹성 사람들은 네게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이로군..
네가 이 곳에 남아 계속 글을 쓰는것은 일종의 봉사정신 아닌가..?"
▶ "그런 식으로 말하지마. 이 혹성과 주민들에게 기대고 있는 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야.."
▷ "그게 무슨 말이야..?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해봐."
▶ "나는 이곳에서【 바람 】이라고 했잖아.
한가지 시점에서만 바람을 바라본다면, 바람은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주기 위한
봉사원일수도 있어.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지.
바람은 결코 사람들에게 "봉사" 따위를 하는게 아니야.
바람은 불지 않으면 죽어.. 가만히 멈추어있으면 바람은 더이상 바람이 아닌게지..
바람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서
계속 그렇게 움직이는 거야.
어쩌면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은 바람일지도 모르지..
그렇게 바람과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등을 맞대고 기대고 있는 거야.
이 혹성은 나에게 그런 존재야..
난 힘이 들때마다 이 혹성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고 새로운 용기를 얻어가지..
나에겐 둘도없는 고마운 존재이며, 내 평온한 안식처인 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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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이 혹성을 떠나지 않는 이유.. 아니 떠나지 못하는 이유.. 이제 좀 알것같아."
▶ "아마.. 다들 나와같은 이유에서일꺼야.. 이 곳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어둠의전설이란 혹성은 힘이들때 마음편히 기댈 수 있는
너무나 편하고 포근한 버팀목같은 존재니까 말이야.."
▷ "이 혹성의 사람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구나.."
▶ "그래서 나 역시 이곳을 너무 사랑하는거야."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
너무 오랜만에 불어온 바람.. 정말 많이 죄송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