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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空] 방황의 덫 (2)
612 2009.09.19. 05:17

이 조직에서의 나의 할일은 스태프에 VPH필드결정을 주입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수많은 스태프들 중 차별화를 시킬 수 있는 일종의 암호와 같은 것이다.


국가에서 스태프를 지급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스태프가 만들어지고나서

그 스태프의 주인이 될 사람의 데이터가 우리 조직의 컴퓨터로 모이게 된다.

어떤 과정으로 개인의 중요한 데이터가 하루에도 수천건씩 입수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시민번호를 만드는 국가 공공기관에서도 그 자료만큼은 열람이 불가능한데 말이다. 어쨌든,

그 데이터를 분석해서 스태프에 주인과 가장 잘 맞는 VPH필드결정을 주입시키는데,

이 일은 좀 더 쉽게 스태프의 주인과 일체화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기능까지 걸어주는 중요한 작업이다.


나에게 이 일을 가르쳐 줘야했던, 세실 이라는 사람은 나와같은 프리머스 계층이었다.

프리머스 계층이란 잡일을 하는 가장 낮은 계층으로서 문센세이션에서 1년 6개월동안 단기로만

일하고 나가는 일명 일개미다. 실은 나는 세실의 얼굴을 본적도 없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세실이

조직의 과정을 수료를 다 마치고 나갈때까지 그 일을 이어갈 사람이 들어오질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단기간 내에, 비슷한 일을 하고 있던 신쿠란 사람에게 일을 대충 가르쳐주고

세실은 이 조직을 떠났다. 신쿠씨는 나보다 1년정도 문센세이션에 일찍 들어왔는데,

신쿠씨 역시 나와같은 프리머스이기 때문에 이제 6개월정도면 신쿠씨역시 문센세이션을 떠나게 된다.

정이 많이 들었는데 요즘도 가끔 신쿠씨 생각을 하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신경이 계속 쓰인다. 신쿠씨가 없으면 나혼자 잘 할 수 있을지, 둘이 하던 일을 나 혼자 해야하는

책임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신쿠씨한테 배운것들이다. 물론 그가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었지만

나에게 성심성의껏 가르쳐주었다. 일을 인수인계 받으면서 알게된 것은 신쿠씨는 머리가 좋다는것과,

일은 쉬엄쉬엄 대충 대충 하지만, 정확하게 일을 끝내놓는다는 것이다.


신쿠씨가 하는 일은 내가 하는 일과 비슷하긴 하지만 더 중요하다. 스태프에 VPH필드결정의 근본인

마스터VPH필드수정체의 암호시스템을 주기적으로 바꿔주면서 관리해주는 일이었다.

수정체는 그리 크지는 않은데 꼭 주먹 크기의 투명한 공이다. 공이라고 하기엔 많이 딱딱한감이

없지않아 있긴하다. 하지만 이 작은것이 모든 스태프에 들어가는 VPH필드결정의

어머니격이 되어 암호시스템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스태프의 암호시스템과 수정체의 암호시스템은 같은 언어로 되어있질 않다.

이 점이 참 신기한 것이다. 스태프들의 암호는 변하지 않지만 스태프들을 통제하는 수정체의 암호는

수시로 바뀐다. 얼마만에 바뀌는지 또 어떤 언어로 바뀌는지는 국가기밀이다.

들리는 소문에는 0.05초마다 바뀐다는 소리도 있었지만 근거없는 소리일 뿐이다.

이걸 아는사람은 문센세이션을 이끄는 프레임 계층중 몇명과 신쿠씨밖에 모른다.

내가 농담삼아 신쿠씨에게 그 암호가 바뀌는 갭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활발한 성격의 신쿠씨도

금새 얼굴이 굳어지면서 절대 알려줄 수 없는걸 알면서 왜 물어보는건지 알 수 없다며 진지하게

화를 냈다. 어째서인지 뭔가 숨기는것 같기도 하고, 뭔가 석연찮았지만 그저 내 망상일 뿐이니깐

그 생각은 금새 접어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