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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空] 방황의 덫 (3)
575 2009.09.27. 19:47

여느때와 같이 난 VPH필드결정을 스태프에 주입하고 있었다.

이 일은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정도로 일련의 복잡하고 정밀한 작업이다.

나도 문센세이션에 들어온지 어느정도 지났기 때문에 이 일정도는 신쿠씨 도움 없이도

이젠 거의 혼자 할 수 있게 되었다. 신쿠씨는 신쿠씨 나름의 일을 할 시간이 많아져 신쿠씨에게도

도움이 되었고, 이제 나 때문에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할거라는 미안함이 덜해지고 있었다.



점심시간 뒤의 사무실은 잠의 기운이 사람들의 신체를 억누르려고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마침 사무실 창문을 통해 따스한 햇살도 비추고 있어서 잠에 빠지기 일부직전이었다.

그때였다. 한숨을 내쉬며 준페이가 맥없는 모습으로 사무실에 들어왔다.

"후.. 아.. 막막하네 어쩌지" 준페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슨일이냐고 물어봐도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나온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무슨 일이야? 한숨부터 쉬고, 좋지 않은 습관이라구"

"아 선배, 그게 말이죠, 아.. 그 7플로어에 있는 듀얼 체계화 작업을 하는 작업실에 있는 선을

누가 다 잘라 먹었지 뭐예요." 하고 준페이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7플로어? 7플로어라면 설마 온갖 전선들이 빼곡히 쌓여있는곳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네, 맞아요. 그게 말이죠 끊어놓은것도 한두가닥도 아닌데다가 곳곳에 분산되어있고 이건 정말

고의로 잘라놓은게 틀림 없어요" 하고 어딘지 모를 어설픈 얼굴로 근심을 표현했다.

"요즘 선 끊어 지는 일이 많이 발생하는데? 한 3일전에도 그랬잖아" 하며 준페이를 보며 말했다.

"예, 그것도 말이죠. 제 후배들 죄다 동원해서 복원시켰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어요.

이번것은 3일전꺼는 비교도 안될만한 양이어서 엄두조차 나질 않네요." 하고 준페이는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준페이가 하는 일은 일손이 많이 필요한 ... 일의 명칭은 정확힌 모르겠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전산 시스템 관리자 같은 것이다. 플로어도 많고 그만큼 전산 시스템 역시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문센세이션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스템을 돌보는 일이 준페이가 하는 일이었다.

여럿이서 같은 일은 하기 때문에 후배들과의 사이가 돈독 하기도 하고 편애하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세상의 이치인걸.



마침 난 오늘 VPH필드결정 넣는 일을 모두 마쳐가고 있었다. 준페이에게 일이 곧 끝나니까

뭔가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묻자, 약간 망설이는 표정을 띠더니 금새 밝은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괜찮으시다면, 필터스컬링 작업하는것만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양이 좀 많아서

한명이라도 일손이 더 필요하거든요." 하며 고마운 표정으로 말했다.

왠만해선 준페이도 누군가에게 도움 요청을 하진 않는데, 이번건 정말 일이 많은가 보다.

준페이에게선 남다르게 일에 대한 착실함과 정직함? 같은걸 느낄 수 있다.

많은 후배들 가운데 준페이같은 사람이 있다는게 인심 각박한 이곳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어찌됐든 난 준페이를 따라 7플로어에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