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의 남자가 7플로어에 들어왔다.
그들은 보안시스템 안보국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양복 가슴에 조그맣게 '보'라고 써있는 브로치를 보고 금방 알 수 있다.
한명은 얼굴이 네모낳고 세로로 약간 좀 더 긴 직사각형 모양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헤어스타일은 짧은 스포츠 머리에 뭔가 딱딱하고 곧은 느낌이었다. 나이는 약 30대초반,
체격은 약간 마르고 키는 180정도 되보였다. 뭔가 근심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난 이 사람을 보며 도무지 나무밖에 연상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름을 '나무' 라고 지어줬다.
또 한명은 얼굴이 동그스름하고 뭔가 불만 있는 듯한 표정을 가지고 있으며, 나이는 대략 20대중반,
이 사람은 스포츠 머리라기보다는 약간 긴, 하지만 곧게 뻗어있는 생머리의 소유자였다.
키는 나무보다 좀 작은 165정도로 보였다. 이사람은 '고슴도치'라고 부르기로 했다.
두 사람모두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고슴도치는 정장이 좀 답답할 정도로 배가 나와있었다.
난 나무와 고슴도치를 보며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
두 남자는 나와 준페이 그리고 동료들을 수상한 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그 때 나무가 다가왔다.
"안녕하신가요, 눈치 채셨겠지만 저희들은 보안시스템 안보국에서 나왔습니다.
보안상 저희 이름을 댁들에게 알려드릴 수 없으니 양해바랍니다."하며 나무가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상상했던것처럼 나무는 딱딱하고 곧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저희가 여기 온것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함과
참고인들의 증언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즉, 여러분의 협조가 필요해서 찾아온거죠."
하며 나무는 나의 발언 타이밍을 뺏어서 바로 말을 이어갔다. "아, 그리고 죄송하지만 여러분들의
협조반대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이미 보안시스템 안보국에서 허가가 떨어졌고 안보국의 허가령은
누구도 무시 할 수 없죠. 통신처부의 조사를 하다보니 몇몇분이 작업으로 7플로어에 있단걸 듣고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우선 앉아서 얘기하죠."하며 벽쪽에 있는 긴 테이블로 우리들을 인도했다.
모두가 앉자 정중앙 끝에는 나무와 고슴도치가 앉고 양 옆으로 준페이와 나를 포함해서
여러명이 차례차례 앉았고, 그들에게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난 퇴근시간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반발해봤지만 나무와 고슴도치 역시 오늘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도 빨리 빨리 조사했으면 되지 않았는가...
난 어느샌가 이 사람들의 일 처리 능력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고슴도치와 나무는 반반씩 맡아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난 죄인이 된듯한 느낌이어서
기분나빴지만 더 반발하면 뭔가 찔리는게 있는듯이 보여 의심을 받을 것이다.
일단 협조는 하기로 했다.
조사가 끝난 뒤 고슴도치와 나무는 7플로어 현장 조사도 한다 하면서 우리들을 먼저 돌려보냈다.
보안시스템 안보국에는 '은밀과학수사과'라는게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아무래도 저들이 그 쪽
소속은 아닐까 짐작해봤지만 그저 내 상상일 뿐이니 확신할 순 없었다.
그리고 저 자들이 과학수사과던 아니던 내 알바는 아니었다.
나와 준페이, 준페이의 후배들은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퇴근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우울했지만 나와 같은 느낌일 후배들을 생각해서 저녁을 근사한걸로 사기로 했다.
우리들은 제일 가격이 비싸고 맛있는 3플로어의 A구역 식당을 향하고 있었다.
왜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조사를 받은날부터 신쿠씨는 말수가 줄어들고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내가 물어봐도 아무일도 없다고, 표정이 안좋아보였냐며
오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았다.
준페이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듯 했다. 수명이 다되가는 컴퓨터들이
발작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국가에서 새로 보급이 나올 때까진 아직 몇개월 더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앞으로 5년은 더 쓸, 새 컴퓨터를 받게 될 것이다.
컴퓨터들이 그때까지 버텨줘야했기에 준페이의 손이 바빠지고 있었다.
내가 하는일은 일의 규칙적인 주기란게 있어서 갑자기 바빠지거나 그러지는 않기 때문에
이럴때 보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순식간에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사건이 터진건 오후 2시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