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수년 전,
저 역시 시인을 아니꼽게 보는 유저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글도 잘 못쓰면서.."
"허접해..."
"글 좀 자주 올리지?"
"게을러 터진 어둠 거짓말쟁이."
제가 시인들을 보는 시선 이었습니다.
하지만, 몇년동안 꾸준히 운디네 마을 구석에서 잠수를 하고 있는
어떤 시인을 접하게 된 후,
제 생각은 차츰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 분이 어둠을 켜놓고
자기할일을 하는 줄만 알았습니다.
조금의 미동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분이 잠수를 한 다음 날은 게시판이 붐볐고 활기찼습니다.
그 분이 잠수를 할때마다 시인의 마을에 글이 올라왔었던 것입니다.
그때는 어린마음에
그냥 몇분 뚝딱 하면 글이 저절로 나오는 줄만 알았는데
하지만, 그분은 그 글을 쓰기 위해 마을 한켠에 캐릭터를 접속해놓으시고
반나절, 한나절 때로는 하루종일
그렇게 글을 쓰고 계셨던 것입니다.
캐릭터 창을 찔러보면, 사냥을 못가서 늘 똑같은 체마.(1년이 넘었는데..)
돈이나 사례를 받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 자신의 시간을 모두 투자하면 억울하지 않을까..
맨날 접속해서 글만 쓰고 간다면, 게임은 왜 하는 것일까..
저는 이제 그 시인이 걱정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 분은 늘 높은 곳보다 낮은 곳을 자처했고,
권력과 고상함보다는
일반 유저들과 어울리며 낄낄대는 것을 즐거워 하셨습니다.
나에게 처음으로 게임에서 "존경" 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고
"시인" 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잡아주셨던 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