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어둠의전설은 사전 예고 없이 불쑥 시인을 선출하였고,
내 아이디는 시인 당선자 목록에 올랐다.
유례없이 예고나 공지가 전혀 없었던 "시인 선출" 이었기에
누가 보아도 공정한 시인 선출임을 믿고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선뜻 그 자리를 수락해버렸다.
그것은 나의 어둠의전설 일대기중
아마 가장 큰 실수였던 것 같다.
시인이 되고 나서는 좀처럼 활발하게 글을 쓸 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시인들께보내는편지의 게시판유저 [켄신]은 많게는 이틀에 1~2개
적게는 사흘에 1번꼴로 글을 써왔고,
글을 적는 것이 어렵거나 부담된다고 생각해본적은 결코 단한번도
없었다. 그것은 즐거움이자 내 인생의 낙이었다.
그래 지금도 사실은 글쓰는것이 힘들진 않다.
하지만 시인이 된 이후 글을 쓰는 것은
내게 너무나 부담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미쳐버릴 정도로 말이다.
그것은 아마 나를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이 많아졌음을 느꼈을때
부터 였을 것이다.
얼마전 어둠을 떠났다가 다시 컴백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10월 말경 부터였다.
게시판에서 어느 분이, 시인들의 활동 침체를 지적하며
유저들은 시인들의 대단한 글을 바라는 것이 아닌,
소박하지만 꾸준하게 활동하는 작은 글들을 바라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셨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시인의 자세도 위와 같았기에
나는 그날부터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고 초심으로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은 나를 또한번 부담감의 시험에 빠트리고 말았다.
내가 활동을 시작하고나서 일주일도 채 되지않아
"시인 선발" 공지가 뜨고 말았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유저들은 당연히
'너 시인 잘리지 않으려고 글 쓰는것 아니냐'
'시인의 자리를 그렇게 유지하고 싶으냐'
는 비난과 오해의 눈길을 보내왔다.
정말 힘든 하루하루였던 것 같다.
솔직한 심정으로 켄신이라는 아이디를 버리고, 시인 필명도 버리고
그냥 아무도 모르는 아이디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게시판에 내 생각과 내 마음을 맘껏 표현해도 그 누구도 뭐라 할수 없는
시인이 아닌 그냥 일반 게시판 유저로 말이다.
"진심" 은 마음으로 통한다고 하는데,
마음으로 쓴 진심어린 내 글은 왜 그들에게 전달되지 않는것일까.
난 이때부터 "시인 선발" 이 완료될때까지 글을 쓰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저번 주, 드디어 애타게 기다리던 시인 선발이 끝이 났고
이제는 오해를 받지 않고 맘껏 글을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열심히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