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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기]
이제 지친다. 너무 지쳤다. 죽어버리고싶다. 내 안에서 오빠가 나가질 않는다.
이제 그만 오빠를 잊고 싶다. 그런데 오빠가 보고싶다. 죽을만큼.
청천벽력같은 오빠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은 후, 3년이 지났다. 나는 경영학과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 날은 취직을 위한 면접이 여러개 잡혀있던 어느 달, 쓰라리도록 따스한
봄날이었고, 잊을 수 없는 4학년 1학기였다. 나는 내가 휘갈겨놓은 [내려놓기]라는 글을
읽어보며 다시 또 눈물을 흘린다. 4kg이나 빠져버려 헬쑥해지고 퀭해진 눈에서는 도저히
눈물이 나올 힘따위 없을것 같지만 홍수라도 난 듯 펑펑 떨어지고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이 3년이다. 문득 내가 이렇게 살다가 죽어버릴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빠를 생각하며 휘갈겨 적었던 그 노트 한장 한장을 갈기 갈기 찢어버리려고 펼쳤는데
그게 또 잘못된 선택이었나보다. 더이상 찢겨질 마음이 남아있지 않을 것 같던 마음이 찢겨지고
더이상 흐를 눈물이 남아있지 않을 것 같던 눈물이 흐르는걸 보니까.
[내려놓기] 페이지를 채 반도 못 찢은채 나는 결국 내 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한 개피
물고 불을 붙였다. 말보로레드는 오빠가 피던 담배이다. 독하고 진한 냄새가 나, 피지말라고
구박에 구박을 하던 그 연기를 내 가슴 깊숙히 빨아들이고 있다. 말보로레드 한 가치가
타들어가는데에도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이렇게 오빠에 관한 모든 것 하나하나가 내 온몸을
짖누르고 내 마음도 짖누른다.
그래도 더이상 난 이렇게 살 수 없다.
'그래 오빠도 내가 이렇게 살고있는 걸 보며 내게 실망하고 있을거야.'
담배 한 대를 더 피운 후,
나는 반은 너덜너덜해진 [내려놓기] 페이지를 쨕- 하고 찢어버렸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