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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술] 내려놓기 #4
161 2011.09.2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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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깃꾸깃해진 나의 손에 쥐어진 그 마지막 다이어리 한 장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오빠와의 추억이 폭포수처럼 내 머리속에서 가슴속으로 쏟아져내렸다. 나 조차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게 그 한 장을 정성스레 펴 내 책상유리 밑에 집어넣었다. 평생 간직하겠다느니, 도저히

없애 버릴 수가 없다느니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지금 내 머릿 속은 하얗다.





나는 무언가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때는 오빠의 중국어 전공과 나의 경영

전공을 살려 무언갈 해 보기위해 매달렸던 경영학 책들을 모두 박스에 담아 구석으로 밀었다.

경영학은 사회의 공용학이기에 책들을 함부로 버릴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나는

아주 아주 오랜만에 꽃단장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머릿 속 어딘가인지 마음 속 어딘가인지

오빠가 아주 깊게 남아있긴 하지만 왠지 눈물이 나지는 않는다. 먹먹하고 찝찝한 기분을 털기위해

나는 옷을 천천히 벗고 샤워를 시작했다. 적당히 뜨거운 물이 내 머리에 닿고 등줄기를 향해

따스함이 흘러내리자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수증기가 꽉차 갑갑하면서도 촉촉한 샤워실 안에서 나는 크게 숨을 들어마시고 거울을 보았다.


' 초췌하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


또 눈물이 날까 덜컥 겁이났지만 의외로 담담한 가슴이 나를 놀라게했다. 나는 살짝 촉촉한 수건으로

내 몸을 찬찬히 닦아내고 알몸인채로 샤워실 밖으로 나왔다. 서늘한 느낌이 상쾌한 기분을 더 만끽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오빠가 죽은지 1417일. 영원히 잊지못할 오빠를 나는 내 마음속에서

내려놓았다.




잊은것도, 버린것도 아닌,


내가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써 그 남자는 가장 내 마음 속의 아래

거기까지 내려놓아 자꾸 아프지 않게.




내 속 최대 밑바닥까지 내려놓았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