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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중국 상해에 있다. 오빠를 내려놓았던 그 날, 나는 서점에 달려가 중국어학책을
모조리 사들였다. 오빠가 죽은 후 패닉에 빠졌던 3년 동안 수 십 수 백번 마음을 다잡으며
공부를 따라가기 위해 경영학책을 펼쳤지만 자꾸 오빠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다.
하지만 그 날 무언가에 홀린 듯 아주 담담하게 오빠를 내 가슴 깊숙한 곳에 내려놓을 수 있었고,
그 후 경영학이 아닌 중국어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을 잃고 끙끙 앓는 내가 되기보다,
그 사람의 길을 걸으며 영원히 내 안에 품는 내가 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작은 무역회사에 들어갔다.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인 그런 아주 작은
회사. 우연인지 운명인지 나는 오빠의 전공을 살려 취직을 했고, 오빠의 전공으로 중국의 회사와
무역계약을 성사시켜 성공했다.
지금 나는 중국 상해에 있다.
몇 십 년 전만해도 중국에선 보기 드물었던 호화로운 건물 속 내 사무실 책상에 나는 앉아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서류결제의 쓰나미 속에서,
' 내가 지금 싸인하는 기계인가? ' 라는 생각과 함께 문득 내려놓았던 오빠가 떠올랐다.
오빠를 그리워하며 폐인처럼 지냈던 그 3년이란 시간. 오빠의 길을 내가 걸으며 멋지게 성공한
나의 모습. 창밖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창밖의 사람들과 큰 창에
아련히 반사되는 나의 미소를 함께 바라보며 눈을 살짝 감았다.
똑똑.
" 네 "
기분좋은 상념이 깨어져 심통이 나려했지만, 내 상념을 깨버린 이 남자는 나의 또다른 보물이다.
" 늦었는데 이만 가실까요? "
자상하게 웃으며 장난스레 존칭을 쓰는 이 남자의 얼굴에선 빛이난다. 내가 콩깍지가 씌었나보다.
오빠를 잃고 새 사랑을 찾았지만 오빠에게도, 이 남자에게도 죄책감이 들진 않는다.
오빠는 이미 내 안에 품었고, 이 남자는 나의 사랑이 된 남자이니까. 나는 그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리곤 주섬주섬 나의 핸드백에 이것 저것 책상위에 놓았던 것을 챙겨넣었다.
" 가자 자기야, 나 오늘 맛있는거 사줘! "
" 오늘 기분이 좋아보이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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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문이 탁- 하고 닫히면서 텅빈 사무실이, 아직 그녀 미소의 따듯함을 간직 하고 있는 듯 하다.
온갖 서류가 흩날려있는 책상 유리 밑. 온갖 스케쥴과 전문적인 중국어 단어 몇개를 깔끔하게
정리하여 자로 잰 듯 쏙쏙 집어넣어 놓은 그 안에. 색이 바랜 누런 종이가 한 장 보인다.
와락 구겨넣었다가 정성스레 펴놓은듯 종이 전체에 주름이 지어져있다.
[♥]
신입생환영회
빈혈
따듯한 손
따듯한 율무차
이렇게 시작한 내 사랑 우리 오빠
우리 영원히 사랑할께요.
오늘은 1일!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