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오력 916년 여름 온도 32도 풍향 남서풍 풍속 4㎧
말도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내 머리속에선 끊임없이 "시간이 멈추어있다" 라고 정신을 속박하고 있었다.
"뭐..뭐야 이봐 무..무슨짓을.."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시야가 좁아지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가슴속이 차갑다. 아니 차갑다기 보다 보통보다 약간 서늘한 느낌. 아니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난 분명 그 통로에서, 순간 누워있던 나는 벌떡 일어나앉았다.
주위는 캄캄했다. 여긴..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아무소리도 없고 빛이 없는 이곳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날 초조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주 오래 자고 일어나서 멍한 상태가 풀릴때 쯤 난 머리속의 기억을 정리하고 있었다.
통로에서 갑자기 그 증상이 악화되고, 그 아이가.. 그 아이?..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약간의 빛도 없는 이곳은 어떤 사물이 있는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칠흑어둠이었다.
그때였다. 빛이 들어왔다. 문이 열린듯 했으나, 갑자기 들어온 빛에 시야를 바로 회복할 순 없었다.
"어머, 깨어났군요." 그 여자 아이인듯 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낯익은 목소리였다.
"우선 동의 없이 이곳에 데려온것은 미안해요. 당신이 갑자기 정신을 잃는 바람에."
그랬다. 이제 기억이 났다. 이 아이는 손을 뻗었고 시간이 멈추었다는것 같은 말도안되는 생각이
머리속으로 가득 차다가 나는 정신을 잃은것이다. 정체도 모르는 여자아이가 날 이런곳에 데려오다니
어떻게 한건지도 모르겠지만 정신을 잃은것이라면 이런곳이 아닌 병원으로 데려갔어야 하는게 아닌가
"어째서지?..이곳은 어디고 넌 누구지?" 초조함과 두려움을 보이지 않으려고 담담하고 침착하게
말했다. 곧 주의가 환해지고 지금 있는 곳이 열평남짓한 여자아이방으로 보이는 방안을 볼 수 있었다.
스위치를 킨 손을 때고 붉은 머리의 아이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단 어째서라고 물으신다면 당신의 각성을 도와야하는 책임이란게 있기 때문이고, 이곳은
보시다시피 제 방이고, 제 소개를 하자면 리리스 로즈마리. 카르비아 진 홍염의 검투사입니다.
제가 당신말에 대답을 했으니 당신의 소개를 부탁해도 될까요?"
약간 화가난거 같기도 하고 표정이 무표정하기에 어떤 기분으로 말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가 없는
이 아이는 끊지도 않고 내가 얼떨결에 동시에 질문한 몇가지를 줄줄이 대답해주었다.
솔직히 무슨말을 하고 있는건지 이해가 안됐다. 각성? 카르..??홍염?.. 무슨말을 하는것인가.
멍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소개를 부탁한다는 말만 머리속에 남아서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난 칸디네 페이, 그런데 넌 누구지? 왜 나를 여기에 데려왔냐고"
순간 약간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당신은 똑같은 말을 두번 해줘야 알아듣나요?"
"아니, 무슨말을 하는건지 잘 이해할 수가 없어서 좀 쉽게 설명을 해달라는거야 답답한건 이쪽도
마찬가지라고"
붉은 머리가 인상적이어서 검은색 블라우스와 무릎 위까지 오는 검은색 스커트를 입고있는 걸
이제야 인식할 수 있었다.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까와는 달리 가전제품 설명서를 읽어주듯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난 그 이야기들을 자신에게 납득시키려고 몇번이고 반복하며 생각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