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한낯 온라인 게임..
가족이나 친구들의 안부조차 궁금해지지 않는
미칠것 같은 요양원 생활 속에
내가 다시 어둠의전설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생각해 낸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그래도 어둠의전설 속에서 한때 시인이라는 글쟁이 역할을 맡았었는데
이리도 가볍게 한마디 이야기 없이 어둠의전설을 등지다니,
모두 나를 원망 하고 있겠지..."
그래봤자, 지금 내 곁엔 컴퓨터는 커녕, 그 흔한 피시방 조차 없었다.
잠자리에 들어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면
새벽 1시.
비록 어둠의전설을 직접 할 순 없었지만,
눈을 게슴츠레 뜨고 생각에 잠기면
지난 10년간 내가 이곳 마이소시아 에서
만들어왔던 추억들이 내 머리 위 천장이라는 작디작은 평면위에
커다란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예전의 한 TV드라마가 문득 떠올랐다.
"올인"
올인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이병헌은 지지리 복도없어 드라마 내내
죽도록 사랑하는 여자 주인공 송혜교와 만나지 못하고 엇갈린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으면 운명이 또 그들을 갈라놓고
다시 또 만나서 잘 살 수 있을것 같으면
그 빌어먹을 운명이 또 그들을 갈라놓고 ...
그냥 지금의 나와 어둠의 전설이 꼭 드라마에 나오는
이병헌과 송혜교의 이야기 같아
바보같이 눈물이 핑 하고 돌았다.
한낯 온라인게임 인데...
한낯 온라인게임 인데...
나한텐 그게 아니었었나 부다.
이병헌과 송혜교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결국에는 다시 만나
포옹 하며 끝이나는 드라마 마지막 장면처럼,
매일 밤
내 방 안 깜깜한 천장에는 나와 어둠의전설의 해피엔딩 이야기도
한폭의 그림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작은 한숨과 그리움, 그리고 한방울 눈물 속에 ...
---------- 雪 1월19일 中 ----------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