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4일.
평범한 일주일의 시작, 월요일.
그리고 100년만에 내리는 폭설(雪).
이야기의 시작은 이 눈(雪)에서 부터 였을까..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달리는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마치 아무것도 그려져있지 않은 스케치북을 연상시키듯
그야말로 새 하얀 색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나는 눈오는 날보다 비오는 날을 더 좋아한다.
아니 눈(雪) 보다는 비(雨)가 더 좋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눈이 비보다 좋은 것이 딱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눈은 천천히 내려온다는 것이다.
천천히 내려오는 눈(雪) 하나에 내 눈(眼)을 고정시켜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눈(雪)이 가지고 있는 마력 속에 점점 빠져들고 만다.
아마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여왕" 속
카이도 이 눈의 마력에 빠져 자신을 사랑하는 게르다를
남겨둔 채 눈의여왕을 따라갔던 것일지 모른다.
지금의 나 역시 서울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
내 모든 것을 남겨둔 채,
지금, 이 고속버스에 몸을 실고 있다.
"그래 이 모든 것은 눈의 마력 때문일거야..."
창밖으로 보이는 하얀 스케치북 세상을 바라보며
나는 창 위에, 아니 스케치북 위에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써나가기 시작했다.
창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심장이 얼어붙어버린 카이 처럼
한없이 차갑고 슬퍼보였다.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