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꼭대기 층에 있는 암환자들이나
곧죽을 병에 걸린 사람들 모습 좀 보고와라
그리고 지금의 네가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해봐"
내가 병원에 갈때마다 어깨가 축쳐져 있는 나를 바라보며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
나는 저 말을 부정하고 싶다.
자기 자신보다 약한 사람, 불행한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 곳에서 자기 위안이나
행복을 찾는다는 것은 어찌 비겁한 행동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경기도 평택.
지금 내가 가려고 하는 요양시설은 바로 이 도시에 있었다.
전화로도 담당자에게 귀에 못이 박히듯이
나는 환자의 입장이 아닌
자원봉사자의 입장으로 가는것이라고
미리 말해두었지만
한 없이 작아지는 내 모습은
그곳에 있는 그 누구와 견주어보아도 초라할 것임이 분명했다.
커다란 정문, 그리고 좋은 문구들이 적혀있는 건물 외벽.
3년전 내가 마지막으로 자원봉사를 갔었을때와
조금도 달라져 있지 않은 이 곳은
마치, 요양시설이 아닌 커다란 대학교 캠퍼스를 연상시키는
그런 느낌이었다.
세상은 온통 하얀색 스케치 북.
그리고 내 머리 속 역시
하얀 스케치 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번 열어버리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
정문을 뒤로 한채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갔다.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