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기때문에,
초등학생때까지만해도 집에서 혼자 밥을 차려먹어야했다.
혼자 집에서 밥을뜨고, 멸치반찬 하나로 밥을먹을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그렇게 난 중학생이 되었고, 중학생이 되면서 우리집은 이사를 하게되었다.
그리고 할머니,할아버지와 같이 살게되면서 나는 내심 기뻤다.
"드디어 나도, 밥상을 차려주는사람이. 밥을 같이먹어주는사람이 생기겠구나."
하지만 기대와 달리, 나이차이가 많이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여간 어려운게 아니였다.
난 먹지도 않는 콩, 나물반찬을 주로드셨고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시는 반찬은 내 입맛에 맞을리도 없었다.
그렇게 난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할머니와 나름 많은 갈등을 겪었다.
계속되는 갈등속에서,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고
드디어 나는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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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나 다름없는 어느날,
20대가 되면서부터는 집에서 밥을먹는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고
일주일에 한,두끼를 먹는것이 전부가 되었다.
간만에 정성스레 할머니가 밥상을 차려주셨지만
내가 10년간 입에 한번도 대지 않았던 콩자반이 여전히 밥상위에 올라와있었다.
나는 문득, 궁금해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할머니, 이 콩자반은 내가 10년동안 한번도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왜 밥상차리실때마다 꼭 내놓으시는거야?"
그리고 이어지는 할머니의 대답.
"음.. 콩자반.. 콩이 몸에 좋아."
비록, 내가 의도한 질문에 맞는 대답은 아니였지만
그 대답은 내가 한번도 입에 대지않았던 콩자반을 먹게끔 만드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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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이 입맛에 안맞으면 어떠랴,
내 초등학교시절을 생각하면, 누군가가 나에게 맛있는 밥상을 차려줄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누군가가 나에게 정성스레 해주는 음식을 먹는것,
그리고 나와 웃으며 함께 밥을 먹어주는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조금더 감사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어떻게보면 가장 기본적인것이지만,
"가장 소중한것." 일수도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오늘도 콩자반을 입에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