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동물원
잿빛 하늘 속, 아침부터
이슬 비가 내리면
동물원은 한 폭의
멋진 수채화가 된다.
회색빛 콘크리트 바닥과
잿빛 하늘이 만나는 곳
지평선은 사라지고
그 안의 모든 것들은
각자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촘촘히 내리는 빗소리에 묻혀버린
동물원 한켠,
무엇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텅빈 사육장.
그 속은 마치 내 기억 속
슬픈 청사진을 보는 것 처럼,
흐릿한 채로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
비 오는 날엔 어김없이
동물원에 간다.
잿빛 수채화 속에 담겨지는 기억들 속엔
언제나처럼 이슬비가 내린다.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