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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한국에서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태권도 여성부가 그리 많지 않기에
운동신경만 조금 받쳐준다면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 국가대표를 따내는것도 꿈의 세계 속
일만은 아니다. 그녀는 잘나가는 태권도 선수였고, 잘했다.
19살. 경희대 체육학과에 이미 합격이 되어있던 그녀는 아주 다를것 없는 일상처럼 몸풀기 운동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며 꿈은 산산 조각이 났고,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경희대 체육학과 등록취소를
했다. 그리고 방황의 시간. 하고싶었고, 하고있었던 것들이 송두리째 사라진 그 허망함 속에서
2년을 버렸다.
21살. 선머슴같던 그녀는 이제 여자가되어 (차분하니까 예뻐졌다.) 서울의 한 전문대학 호텔조리과에
신입생으로 들어간다.
그녀의 첫사랑은 3년 전 그 날 뿅-하고 눈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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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오티를 하는 날 아침. 그녀는 스스로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20살도 아닌 21살
늦깍이학생이 신입생 오티에 늦잠을 잘 수가 있지? 학교생활을 모조리 아웃싸이더로 지낼 심산인가.
헐레벌떡 침대 위에서 내려와 전신거울 앞에 섰다. 산발이 된 머리 하며 귀엽게 축 처져 너덜너덜한
기린잠옷 하며 이건 도무지 여자가 아니다. 거울 속의 그녀를 여자로 만드려면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그녀때문에 신입생 67명이 버스 속에서 그녀 하날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눈 앞이 깜깜해지지만, 그래도 신입생오티에 츄리하게 입고 갈 순 없었다.
키 169.7, 몸무게 49.8kg. 나름 우월한 몸매에 그녀는 잠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곤 미간을 찌푸리며
빈약한 a컵 가슴을 두 손으로 살짝들쳤다가. 시계를 힐끗 보고 놀란 표정으로 화장실로 뛰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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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버스 안. 5분 쯤 뒤면 모임장소 주변에 도착이다. 오티여행 출발 시간이 무려 40분가량
지체되었다. 얼굴도 모르는 학회장 오빠랑 벌써 열 번도 넘게 통화를 했다.
' 신입생오티는 그냥 오티야 이거 안온다고 학교생활에 별 지장없으니까 그냥 집에서 쉬어 응? '
' 아 안된다구요!! 저는 꼭 가야해요! 저는 오티 꼭 갈꺼라구요! 무조건 기다려주세요!! '
그녀는 자신이 상상하던 대학생활의 그림판이 점점 조각나고 있다는 걸 느꼈다.
30분 정도 늦었을 때 쯤. 학회장 오빠도 부처는 아닌지라 결국 폭발하고 만다.
' 넌 죄책감도 없냐? 시간 개념 없이 첫날부터 지각하고 지x이야. 넌 만나서 보자 '
그녀는. 난 죽었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오티를 포기하긴 싫었다. 지각정도야 여행가서 잘 하면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리곤 도착. 버스에서 내리자 저 쪽에 딱 봐도
내가 학회장이다. 하며 서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구박들을 생각에 움츠리며 그의 앞에 섰고.
그렇게 그녀는 그 남자를 만났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