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상으로 아주 다양한 굴욕을 주던 그 남자. 처음 통화할때는, 신입생오티가 학교생활을 결정
짖는것은 아니다. 그냥 집에서 쉬어라 라고 조용조용 얘기하다가 10분 20분 늦어짐에 따라 아주
욕의 레벨업을 정확하게 보여준 그 남자. 만나면 죽었다 라고 생각했던 그 남자. 학회장은 여자라면
누구나가 그 앞에서 부끄러워할 만한 미남 이었다. 그녀의 키가 결코 작은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한참 내려다 보는 그의 키. 잔잔하게 기른 콧수염. 웃을때 반달이 되는 눈. 갸름하고 각이
뚜렷한 얼굴 형. 물론 어느 여자나 이런 남자를 좋아하진 않겠지만, 그녀에게 그 남자는 백마탄
왕자님과 비등했다. 자신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지만 딱 봤을때 멋있는 남자(?) 였던 것이다.
구박받을 생각을 하고 천천히 학회장 오빠의 앞으로 걸어갔지만 그의 반응은 예상과는 달랐다.
" 길도 잘 모르는데 늦기까지 해서 초조해서 고생 많았지^^? 가방 이리줘. "
자상하게 웃는 그의 얼굴 속으로 그녀는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어렸을 때 부터 운동을 해 왔고, 선머슴같던 그녀의 성격에, 그녀는 욕지거리를 하던 그 남자에게
만나면 따끔하게 쏘아붙일 생각을 했었지만. 잘생기고 자상한 그의 모습에 그만 사르르 녹아내리고
만다.
" 힛- "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부끄럼띤 애교웃음을 한번 지어준 후, 약간 오바스러운 여행용 가방을
학회장 오빠의 손에 쥐어준 후 그 여자는 그 남자를 졸졸 따라간다. 절대 앞서지도, 그렇다고 옆에
나란히 서지도 않는다. 한발자국 반을 떨어져 그 남자의 널찍한 어깨를 가늠하며 뒤에서 부끄럽게
바라보며 걸었다.
오티여행 버스의 분위기는 난장판에 플러스 알파였다. 어떤 신입생 듣보잡 뇽이 한시간 가량 오티를
늦은데다가 미남에 까칠남이라고 소문난 학회장의 에스코트까지 받아서, 게다가 가방까지 그의 손에
들려져서 오는 그녀가 이뻐 보일 이유가 없었다.
전문대 2년간의 왕따. 그것을 졸업한 뒤에도 몸을 받쳐 지켜준 그 남자. 둘의 사랑이 커지고, 둘이
믿음을 키우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사건이 아닌가싶다.
그 첫번째 사건은 오티여행의 첫날 벌어졌다. 여러가지 대학교에 대한 설명이 끝이나고 숙소로 들어가
다들 신나는 술파티를 펼치고 있을 때가 발단이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