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오력 916년 가을 온도 17도 풍향 서풍 풍속 3㎧
그런데 도대체 아크들은 왜 계속해서 위협을 해오는 것일까?.. 그 해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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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오력 916년 가을 온도 16도 풍향 북동풍 풍속 2.5㎧
언젠가 리리스가 나한테 말해줬던, 우리들의 전투 데이터 능력을 모으기 위해서 아크들이
나타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왜 좀 더 강한 아크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같은 종류의 아크들이 아닌 계속해서 모양만 좀 다르게 생긴 변종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아크들이 오고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기습해온 아크들은
비슷한 힘과 비슷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 모두가, 똑같이 생긴 것은 단 한 개체도
없었다. 리리스에게 물어봐도 그것은 사람이 모두 다르게 생긴것처럼 아크들도 다 다르게
생긴것이 아닐까? 하는 농담같은 소릴 했지만, 리리스도 정말로 그 문제에 대해서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초여름, 대학교의 방학이 시작되고부터 리리스와의 검술 연습과 힘 조절 수행을 더 많은
시간 함께 할 수 있었던 나는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난 바람의 힘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고 리리스가 알려줬지만, 난 리리스로부터 어떻게 해서 카르비아의 능력이 결정되는지
들었었지만, 대체 내가 왜 바람의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리리스가 말하길 카르비아는 자신의 속성 즉, 리리스는 불, 나는 바람 이런 종류의 근본적
힘을 제외하고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힘이 있는데 그것을 일심력이라고
했다. 나는 그 일심력보다 내 고유 속성의 힘의 활용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말해줬다.
하지만 그것은 칭찬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리라. 그렇다는 것은 즉, 일심력쪽 능력이
뒤떨어진다는 소리일테니 말이다.
난 여느 때와 달리 연습을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난 집에서 혼자서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누워서 바닥부터 천정까지 유리로만 되있는 커다란 베란다 문쪽을 바라보며 경치를 보거나
했다. 좋아하는 책이란 것은 지금까지 4번정도 읽을 정도로 매력있는 책이었다. 한번 읽고
나면 그 책의 느낌이 내 몸에 새겨져서 한동안 내 사고방식을 휘감는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책에서 손을 놓으면 그 느낌은 서서히 내 몸에서 떨어져나가서 그 느낌을 다시 찾기
위해 나는 또 같은 책을 읽는다. 무슨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고 있지만, 매번 읽으며
비슷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그 책을 쓴 작가의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집 베란다는 내가 우리집에서 좋아하는 공간중에 하나인데
바람을 쐬고 싶거나 복잡한 생각에 고민할 때면 베란다에 나가서 경치를 바라보면 머리속이
좀 더 깨끗하고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었다. 또한 추운 겨울엔 굳이 나가지 않아도
방안에서 유리로된 문으로 베란다 건너편 경치를 바라보며 기분전환도 할 수 있었다.
(베란다가 있는 방은 3층이다.)
한달에 두번 있는 나의 휴식시간이어서 리리스도 이날 만큼은 나에게 관여하지 않았고,
난 조용하고 편안한 완벽한 하루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불행하게도 신은
쉬고있는 사람마저 편히 놔두질 않는 것 같았다.
아크의 침입이었다.
최근엔 결계의 힘을 흡수해서 결계를 무력화시키고 침입해오는 아크들이 찾아왔지만 다행히도
지금은 나 혼자서도 아크 한두마리 정도는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졌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필 이런날 찾아오는 아크라니... 난 지지리도 복이 없는 놈인가보다.
일단 적을 마중하기 위해 마당으로 나왔다. 아크는 결계를 막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
생김새는 마치 머리는 닭벼슬을 한 머리에 얼굴 생김새는 어두워서 잘 보이질 않았고, 몸은
동물형아크인지 4다리로 걷고 있었다. 꼬리는 마치 말꼬리처럼 생겨서 전체적으로 푸르스름한
색이었다. 인간형 아크, 동물형 아크, 식물형 아크 이렇게 3종류의 아크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동물형 아크인가보다.
마당에서 나와 아크는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첨 봤을 때부터 이 아크는 뭔가 다르다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아크와는 힘의 차이는 별로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뭔가 위화감같은 것이 느껴졌다. 아니, 내가 모처럼 쉬는 날에 아크를 만나서 예민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어서 처리하기로 했다.
시작됐다.
아크가 내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고 사나운 부리로 날 쪼려고 매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난 갑작스런 돌진에 흠칫 했지만, 정신을 집중해서 바람의 장벽을 만들었다. 시간은 약 0.5초
짧은 그 순간 내 앞 30센치 앞에 직경 2미터 정도의 정사각형의 바람의 장벽을 만들어 나를
중심으로 방어진을 만들었다. 두께는 약 5센치. 바람의 속도는 약 200㎧. 바람의 힘에
회전능력을 넣어서 콘크리트와 같은 방어력을 만들어냈다. 달려오던 아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어막에 나를 공격했다고 생각했을 때 쯤 10미터쯤 튕겨져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다.
중급이상 난이도의 기술인데다가 난 아직 미숙한 수준이어서 0.5초라는 짧은 시간동안 밖에
유지할 수 없었다. 방어를 해야할 타이밍에 맞춰 아주 잠깐 쓸 수 있는 것뿐이었다.
그때였다. 10미터쯤 떨어진 위치에서 아크는 입에서 하얀 수증기 같은것을 내쪽을 향해 뿜어
내며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하얀 수증기는 내쪽을 향해 순식간에 덮쳐왔다.
난 다시 방어막을 펼쳤고, 그 수증기는 내 앞 20센치 앞에서 고드름이 되어 정말 벽이 되고
말았다. 아무래도 얼음계열 능력을 가진 동물형아크인듯 했다. 정면의 시야가 불능이 된 난
어느샌가 왼쪽으로 접근해온 아크를 느낄 수 있었다.
아크는 두동강이 나서 사라지고 있었다.
내 옆으로 뛰어 올 것을 예상하고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몰랐지만 난 순간 양손으로 바람의
검을 만들어내서 초속150㎧의 바람에 검용회전기술을 섞어 달려오는 아크를 한발짝 물러서서
양쪽으로 내려쳤다. 그것뿐이었다. 만약 정말로 동물이었다면 내 몸 전체는 피로 범벅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 아크는 피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끝났구나. 하고 생각하며 아크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을 때였다. 사라지는 아크의
위에서 공간의 일그러짐이 생기더니 그곳에서 사람이 한명 걸어나오는 것이었다.
모습은 사람처럼 생겼지만 금새 나는 아크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내쪽을 보고 있는 그 남자의 눈빛은 매서웠고, 눈동자는 얼음처럼 하얗고 푸르스름한 빛을
띄고 있었다.
난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