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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劍 켄신 心] 『 향 』[3]
888 2010.06.30. 09:03







  "데이지와 프리지아를 함께 두지 마세요.

  향이 섞여버리잖아요."



  향에 대해 유달리 민감했던 너.

  그런 너를 위해

  나는 늘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신경을 써야했다.


  장미꽃을 네 품에 안겨줄때면

  안개꽃이 무슨 향이 있겠냐마는

  안개꽃이 없는 장미 꽃다발을 준비해야 했고,


  내 몸에 바르는 스킨,로션과

  내 머리에 뿌리는 스프레이 조차

  네 향과 뒤섞이지 않게 항상 "무(無)향" 제품을 사용해야 했다.


  행여라도 고기를 먹은날엔 너에게 가기 전,

  주변을 몇바퀴를 돌고 돌아서 네 앞에 서야 했던 나.



  그렇게 너의 그 향에 대한 강한 애착은

  네 옆자리에 있는 나의 향까지

  모조리 밀쳐내고 있었다.







  "데이지와 프리지아를 함께 두지 마세요.

  향이 섞여버리잖아요."



  하얀 햇살이 비출때,

  너는 없었다.

  하얀색 옷을 즐겨입고 유난히 피부가 하얬던 너는

  하얀 햇살이 비출때

  내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햇살과 동화되어 있었다.


  반면, 너가 햇살이라면 난 빗방울(雨) 이었다.

  아파보이는 창백한 내 피부는 너의 그 뽀얗고 하얀 색 피부와는

  또 다른 하얀 색이었고

  항상 슬퍼보이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내 분위기도

  너의 밝은 그것과는 꽤나 달랐다.



  밝은 햇살과 무채색 빗방울처럼

  너와 난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너와 내 향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향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