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와 프리지아를 함께 두지 마세요.
향이 섞여버리잖아요."
향에 대해 유달리 민감했던 너.
그런 너를 위해
나는 늘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신경을 써야했다.
장미꽃을 네 품에 안겨줄때면
안개꽃이 무슨 향이 있겠냐마는
안개꽃이 없는 장미 꽃다발을 준비해야 했고,
내 몸에 바르는 스킨,로션과
내 머리에 뿌리는 스프레이 조차
네 향과 뒤섞이지 않게 항상 "무(無)향" 제품을 사용해야 했다.
행여라도 고기를 먹은날엔 너에게 가기 전,
주변을 몇바퀴를 돌고 돌아서 네 앞에 서야 했던 나.
그렇게 너의 그 향에 대한 강한 애착은
네 옆자리에 있는 나의 향까지
모조리 밀쳐내고 있었다.
"데이지와 프리지아를 함께 두지 마세요.
향이 섞여버리잖아요."
하얀 햇살이 비출때,
너는 없었다.
하얀색 옷을 즐겨입고 유난히 피부가 하얬던 너는
하얀 햇살이 비출때
내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햇살과 동화되어 있었다.
반면, 너가 햇살이라면 난 빗방울(雨) 이었다.
아파보이는 창백한 내 피부는 너의 그 뽀얗고 하얀 색 피부와는
또 다른 하얀 색이었고
항상 슬퍼보이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내 분위기도
너의 밝은 그것과는 꽤나 달랐다.
밝은 햇살과 무채색 빗방울처럼
너와 난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너와 내 향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향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