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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劍 켄신 心] 『 좋지 않은 생각 』[1]
1049 2010.09.26. 16:01









  세번째 집이었던것 같다.

  내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던건.



  밥을 먹으러 들어갔던 스테이크집,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던 커피전문점,

  그리고 세번째로 찾은 곳은

  작은 Bar 였다.

  내 앞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듣도보도 못한 이름의 칵테일을 주문하는

  그 아이의 얼굴은 결국 내 짜증을 정점에 찍어놨다.



  "오빠 이거 먹어봤어? 커피에다가 뭐를 섞은건데 ..."

  그 아이의 수다를 전부 들어줄 수 없었다.

  내 머리는 벌써 세시간 전을 걷고 있었으니.



  만나서 첫번째로 들어간 스테이크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올땐

  나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레 내가 계산을 했고

  그 아이가 시키는데로 후식을 먹을 커피전문점을 찾기 바빴으니까.

  하지만, 두번째 들어간 커피집에서

  내가 계산을 마치고

  주문한 커피를 그 아이에게 건내주었을때

  좋지 않은 생각이 내 머리속을 휙 하고 지나갔다.

  아까 밥먹을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잘 먹었다, 잘 먹겠다' 는 말 한마디 없이 넙죽넙죽 주는 것만

  낼름 받아먹는 그 아이가 얄미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커피집을 나가고 나서도

  칵테일을 먹어보고 싶다며 쪼르르 지하에 있는 Bar로

  달려가는 그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 얌체 같았다.



  물론 누가 돈을 내고, 누가 돈을 얼만큼 쓰고

  이런 문제가 중요한건 아니었다.

  내가 화가 나는 것은,

  '잘먹었어'

  '이거 오빠가 계산해서 괜찮겠어? 비싼 것 같은데'

  이런 작은 인사치레도 하지 않는 것을보면

  저 아이는 조금도 나를 배려하지 않고 있다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더 앉아있으면,

  이런 치졸한 문제로 기분나쁜 말이 오갈것 같아

  나는 잘 마시지도 못하는 칵테일을 원샷하고

  그만 집으로 가자고 말했다.



  역시 그 곳 계산도 내가 했고

  이번에도 작은 인사치레 하나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내가 계산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며 화장실에서 나오는 그 아이는 내 생각을 완전히 굳혀놓았다.

  '그래 이제 어지간하면 만나지 말아야겠다. 애가 참 얄밉네'



  그렇게 절연(인연을 끊다)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기분이 참 나빴다.

  그냥 내가 친하게 지낸 한 사람에게 내 인격이 완전히

  무시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래, 그건 기분이 나쁘다기보단 참 더러운 느낌이었다.



  집에 다 도착했을때쯤 핸드폰을 열어보니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그 아이와 처음 만나 저녁식사를 할때쯔음의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오빠 정말 미안. 요즘 내 사정 안좋은거 들었지?

  오늘은 얻어먹기만 할것 같아.다음엔 꼭 내가살께 ㅎㅎ'



  ...

  그날, 난 참 바보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