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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3. 수탉의 좌절
84 2011.11.27. 18:09


양계장을 하는 사람이

암탉 한 마리를 잡으려고

닭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수탉 한 마리가

암탉을 보호하기 위하여

날개를 크게 벌리고

목에 힘을 주며

가로막아 섰습니다.


주인은 수탉을 밀어버리고

암탉 한 마리를 잡아 가지고 나왔습니다.

수탉은 하루종일

고개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암탉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들이 하는 고민은

대체로 이 수탉의 고민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주님이 맡기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열심히 씨름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위치를 알고

그저 주인께 모든 것을 맡긴

편안한 수탉이 되는 게 훨씬 나은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