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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비가 내리는 크리스마스의 추억(完)
155 2011.12.01. 11:22

시간은 흘러 어느새 크리스마스이브날이 되었다.

영화처럼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도 아니었고, 오히려 비와 눈이 반쯤 섞인 날씨였다.

그래도 나는 들뜬 마음에 약속장소로 나갔다.

당시에 핸드폰은 많이 보급이 되지 않았고 나와 그녀도 핸드폰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미리 지정된 장소에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물건 또는 표식으로 상대를 알아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녀는 '노트'를 안고 있겠다고 했다.

덕분에 너무도 쉽게 그녀를 찾게되었고, 나는 반가움에 그녀에게 달려가기까지 했다.

예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긴 생머리의 여자였다.

옛날 개그콘서트의 수다맨처럼 호들갑을 떨며 인사를 하던 내게 그녀는 그냥 웃기만 했다.

내 일방적인 인사가 끝나자 취한 그녀의 행동에 나는 적잖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안녕? 반가워^^'


안고 있던 노트에 귀여운글씨로 적어 내게 보여주던 그녀.

아무말 없이 노트를 바라보던 내게 그녀가 다시 글을 적었다.


'많이 놀랐어? 놀라니까 귀엽다^^'


오히려 나를 위로하던 그녀.

그날,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그저 당황한 모습을 감추려 그랬는지 몰라도 정말 여자친구처럼

그녀를 즐겁게해주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다.




그 후로 어둠의전설 안에서의 나의 언행은 정말 빠른 속도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건방지다는 소리도 자주 듣던 나는 그녀와 함께하면서 그녀의 긍정적인 성격에 동화되어갔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그녀에게 배웠다.

그 후로도 그녀와 자주 만나서 같이 게임도하고 영화도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집에 놀러가서 부모님들께 식사도 대접받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하면 서로가 이성으로써의 감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는 게임에 접속을하지 않았다.

말을하지 못하는 그녀인지라 집전화번호는 알 필요도 없던 탓에

연락하던 수단은 어둠의전설과 다모임이라는 싸이트 뿐이었다.

하지만, 다모임의 방명록에 아무리 글을 남겨보아도 답장은 없었고 답답한 마음에

그녀의 집이었던 의정부까지 찾아갔다.

(그 당시의 나로써는 의정부까지 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일이었다.)

그녀의 집을 찾아가서 작은 슈퍼 아저씨에게서 듣게된 소식은 정말 충격적이었고,

어둠의전설을 접게된 계기 중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부모님이 일하러 나간 사이 나간 전등을 갈아끼우던 그녀는 올라탄 의자에서 떨어졌고

머리를 크게 다친 그녀는 언어장애 때문에 단 하마디 도움요청도 하지 못한 채

쓸쓸하게 저녁 늦게서야 발견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은 충격으로

고향으로 내려가셨다고 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하루종일 울기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매년 겨울만 되면 예전의 그 추억들이 떠오르고는 한다.

그러다..지난달 초..

추억이 담긴 어둠을 복귀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비가 한번 내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