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게임실행 및 홈페이지 이용을 위해 로그인 해주세요.

시인의 마을 세오
[劍 켄신 心] 『 다시 만난 날 』
1674 2010.11.30. 23:57






  너인줄 몰랐다.

  처음엔 너가 아닌 줄 알고 눈을 돌렸다.


  하지만 너였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은 분명 너였다.




  처음 만나는 사이인양 자연스럽게

  내 앞자리에 앉아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너.


  나는 넋이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그런 너를 바라보고 있었고

  너는 예전처럼 환하게 웃고만 있었다.


  뒤늦게 홍차를 주문하고, 홍차가 나오기까지 ... 몇분.

  나는 아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 아니 할 수 없었다.




  네 짧았던 단발 머리는

  이제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가 되어 있었다.


  내가 처음보는 옷을 입고있는 너.

  내가 처음보는 신발을 신고있는 너.


  지금 내 앞에 너는

  내가 완전히 모르는 또 하나의 너였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내가 알던 예전의 네 모습을 떠올리고 있을 때

  향기 진한 홍차가 우리 앞에 놓여졌고,

  그제야 우리는 입을 열었다.


  형식 뿐인 인사와 어색한 웃음 ;;


  "머리..."

  난 두번째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가르켰고

  넌 비단결같이 이쁜 머리를 매만지며,

  나와 헤어진후 계속 길러왔다고

  잘 어울리냐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의 모든것은 변하였지만

  그 웃음만은 그대로였다.

  웃을때 초생달처럼 가늘어지는 너의 큰 눈, 붉은 보조개

  ... 어느 것 하나 변한 것이 없었다.




  홍차 향이 가득히 퍼질 수 있는 딱 그정도의 작은 공간 속.

  그리고 우리에게 허락 된 딱 그정도의 작은 시간 속.

  그 속에서 너는 나에게 그 간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 또한 그런 너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에게 무언가를 전해주고 싶었지만,

  이제 나에겐 예전처럼 너를 재미나게

  또 웃음짓게 할 얘기는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너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는 것.

  ... 단지 그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 앞에 있는 커피와 홍차가 차가워졌을때 쯤,

  너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사코 나에게 밖으로 같이 나가자며 떼를 썼다.


  '한번, 두번, 백번이라도 나가고 싶었다'

  '너와 함께 나가서 어디든 거닐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또 한번 바보같이 약속이 있다는 뻔한 핑계로

  너를 단념 시켰다.


  네가 떠난 후, 난 그자리에 한참을 멈추어 있었다.

  내 앞자리에 놓인 작고 예쁜 홍차 잔과 컵 받침에 시선을 빼앗긴 채

  그렇게 말없이 멈추어 있었다.








  기억속의 너 ..

  내 기억속의 너는 .. 늘 웃고 있었다.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다웠던 네 웃음.

  언제나 나를 향해 지어주던 네 웃음.


  그 웃음은 나를 울게도, 웃게도 만들었고

  때론 미치게도 만들었다.


  .....

  웃을때마다 초생달처럼 작아지는 너의 큰 눈,

  나는 그게 참 좋았다.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