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모퉁이에 홀로 앉아 그녀를 기다린다.
나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어버렸다.
초조할때마다 나오는 버릇.
약속시간보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30분이나 남았다.
평소 같다면 빠르게 흐르지 않는 시간을 원망하였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예감이 좋지 않다.
평소와 다르게 무언가를 망설이는 듯한 행동. 요 근래 며칠사이의 일이다.
시간이 가지않길 기도해본다.
오늘은 만나선 안될 것만 느낌이 자꾸드는건 왜일까, 이것 또한 남자의 감인가..
자꾸 초조한 시선으로 시계를 본다. 벌써 5분이나 지났다. 왜이리 빠른걸까? 시간은.
25분. 마음을 준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띠링]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무심코 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녀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들어온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 이내 나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으며 , 걸어온다.
쓸쓸한 미소다. 슬픔이 묻어나오는 미소다.
나는 천천히 그녀를 본다. 그녀를 무엇보다 빛나게 해주던 백옥같던 피부는 하얗다못해 창백하게 보인
다.
나의 마음을 훔쳤던 그녀의 입술은 무언가에 겁먹은 듯 파랗게 질려있다.
그녀를 돋보였던 긴 생머리는 무언가를 결심이라도 한 듯 짧게 잘려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사랑했던 그녀의 맑은 눈은 슬프게 막을 내리는 연극을 보았던
그녀의 눈빛과 같다.
눈물을 머금고 있는 그 눈. 평소에 내가 기억하던 그녀의 모습이 아니다.
불안하다.초조하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빨리왔네..”
그녀가 입을 연다.
“응..시간이 좀 남아서 먼저 기다릴까 하고 왔어.”
“응, 그래..”
둘다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한다.
“저기 뭐라도 마실래? ”
“어? .. 별로 생각없는데..”
어색함을 이겨보려 그녀에게 마실 것을 권유한다.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한 듯 그녀는 입을 연다.
“그럼 일단 나 마실거라도 가져올게.”
카운터로 간다.
“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직원이 상냥함을 머금은 미소로 입을 연다.
곰곰이 생각한다.
“녹차라떼 2잔 주세요 ”
그녀는 생각이 없다 말했으나 , 평소에 그녀가 즐겨먹던 녹차라떼를 시킨다.
자리에 돌아가서 기다릴까 하였으나, 왠지 모르게 자리에 돌아가는 것을 심장이 거부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왜 내가 그녀를 피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녀가 나를 피하는 것이다.
일주일전부터 항상 미소짓던 그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무언가에 질린 듯,
혹은 무언가를 앞둔 사람마냥 겁에 질려있곤 한다.
부쩍 짜증이 늘었으며, 어느순간부터 나의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할말이 있다며, 보자는 그녀의 약속
“저기 손님. 주문하신 녹차라떼 나왔습니다. ”
“아, 죄송합니다. 감사해요 ”
생각이 깊었던 것인가, 직원의 부름을 듣지 못했다.
자리에 앉으며 한잔을 그녀에게 권한다.
“ 난 생각없는데.. 왜 이런걸 ..”
“ 그래도 나 혼자만 먹으면 남들이 욕해. 이기적이라고 ”
웃으며 그녀에게 답한다. 이렇게라도 그녀가 웃을 수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다.
“아, 그래 ”
차갑다.
차갑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10분이란 시간이 어색하게 흐른다.
난 녹차라떼만 훌쩍훌쩍 마시고 있고 그녀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저기. 할말 있어서 부른거야. 내가 지금부터 무슨말을 하더라도 왜, 어째서, 안되 이런말 하지마 알겠
지?”
일방적인 통보 하나.
“이제 말 시작할게. 단도진입적으로 말할게 잘들어. 나 사실 요즘 니 얼굴 보기도 싫고 떠올리기도 싫어.
처음에 내 스스로 부정해봤는데 그게 안되더라 그래서 일주일동안 너 안본거고. 헤어지자. “
일방적인 통보 둘
“안되, 왜 , 어째서 하지마 . 그냥 니가 싫어. 내 모습보면 모르겠어? 니가 좋아하던 긴머리 싹뚝잘랐고,
이제 니앞에선 어색한 웃음밖에 나오질 않아. 무슨 뜻인지 알겠지? 잘지내. 연락하지마“
일방적인 통보 셋
그리고 그녀는 자리에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간다.
그녀가 나가고 멍하니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만 바라본다.
그리고 멍하게 일어서 카페를 나온다.
[쏴아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나님 고맙습니다.
제 눈물 감춰주셔서.
마음속부터 무언가 끓어오름이 느껴진다. 미칠 것 같다. 처음으로 알았다.
미칠 것 같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라는 것을
세상이 무너지고 하늘이 무너졌다. 눈에선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지금 내리는 비에 영혼까지 씻어주세요. 하나님 제발 그녀가 제 영혼까지 그녀로 색칠해놨단 말입니다.
제발 구해줘요 하나님.
믿지도 않던 신을 찾아본다.
무작정 그렇게 거리를 걷는다. 주위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
다.
그렇게.
나의.
사랑은.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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