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죽을 것 같던 나는 차츰차츰 그녀를 잊기 시작하였다.
이래서 무서운거구나, 사람이란 동물은 이라는 말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녀가 없으면 죽을 것만 같던 나날들이 이제는 평범한 일상으로 다가오고, 추억으로 다가 오다니.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다. 근 몇 달만의 만남일까, 친구들과의 만남.
집을 나와 택시를 잡는다. 그리고는 금새 약속장소에 도착한다. 대학가에 자리잡은 한 고깃집.
친구들이 보인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들을 향해 빠른걸음으로 다가간다.
불판에는 고기가 노릇노릇하고 구워지고 있었고, 친구들은 반갑게 맞이하게 시작한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거 아니냐 ? 나 니 죽은줄 알았다. 좀 연락좀해라”
“맞어, 니가 연예인이냐. 연예인은 티비에서라도 **. 닌 보질 못해 ”
“하하”
“미안 미안”
왁자지껄한 이분위 오랜만이다.
한병 두병 소주는 쌓여갔고 하나둘씩 친구들은 택시를 잡아 집으로 가기 시작한다.
어느덧 나와 제일 친했던 친구. 그녀의 사촌이었던 K만이 남아있다.
[타닥]
라이터 부싯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친구하나가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녀떄문에 끊은 담배. 나도 한 대 펴볼까..
안된다. 그녀를 위한것도 있었지만 나를 위한것도 있었으니까 참아보도록 노력한다.
“야. 다 잊었냐?”
5분전에 다짐은 지킬수가 없구나.
담배를 입에 문다.
[타닥]
"어. 다 잊었지.. 잊었어“
“그럼 계속 글 쓸 수 있겠네.”
“그럼 , 나도 먹고 살아야지.”
“ 정말 다잊었냐?”
오늘따라 집요하다. 이녀석.
“ 어, 당연히 잊었지. ”
“그럼 충격받지 말고 잘들어”
불안하다. 이 느낌.
“ 말할게, 사실 나랑 그애랑 사촌인건 너도 잘 알지 물론 나 때문에 너네둘이 만난거니까.
나도 얼마전에 들었어.
난 그애 원망많이 했다. 너랑 나랑 워낙 친하잖냐. 거기에 서로 잘만나는 도중 그애가 일방적
으로 널 밀어낸거니까 거기에다 넌 그애 때문에 생활도 못하고 있는데 그애는 어디서 잘지내고 다른남
자만나면서 웃을꺼 생각하니까 더 미치겠더라고, 그래서 거의 그 쪽 집안이랑 나는 연락끊고 살았지. 근
데 얼마전에 어머니가 그말하더라 .
그애 죽었다고.“
뭐?
뭐?
뭐?
내가 잘못들은거지? 내가 잘못들은걸꺼야.
“뭐라..뭐라고..?
힘겹게 입을 연다.
k는 조용히 담배 한 대를 또다시 입에 문다.
“죽었다고, ”
말도 안되.
“ 왜? 왜 죽어? 그 예쁘고 씩씩하고 건강하던 아이가 왜 죽냐고!!”
언성이 높아진다.
“ 아직 못잊었구만. 야 그래도 똑바로 들어라.
그애가 8월말인가 9월초인가 병원에 갔다더라 몸이 안좋아서.
아 9월1일정도였을꺼야. 내가 엄마 병원에 모셔다주면서 그 앞에서 그 애 만났거든. 하여간 그때
인사도 안받고 뭐에 질린 듯이 가더라고 . 그런갑다 했지. 근데 알고 보니까 급성 백혈병이었다더라.
거의 손쓰기 힘들정도로 진행되어 있었고. 여러군대로 알아봤는데 길어야 2개월 산다고 했다더라.
울고 불고 난리였다는데. 나도 몰랐지.
9월이었으면, 니가 술처먹고 나한테 그애랑 헤어졌다고 난리치던때였으니까.
그래도 작은어머니가 말하더라.
죽는 순간까지 지 **,** 이름보다 니이름 불렀다던데. 나도 그것 듣고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
그러니까 너도 그애 잊어줘. 그 애로썬 최선을 다한걸꺼야. “
믿기지 않는다.
하..
그것도 모르고 그녀를 수없이 원망했던가.
나와 만날 때 이유없이 쓰러지던 그녀를 병원 한번 데려가볼걸.
살짝만 부딪쳐도 멍들던 그녀의 다리 병원 한번 데려가볼걸.
조금만 걸어도 숨차하던 그녀를 병원 한번 데려가볼걸..
왜 몸이 약하다고 핀잔줬을까.
왜 조심성 없다고 핀잔줬을까.
왜 운동안한다고 핀잔줬을까.
내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나도 모르게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야 ! 괜찮아!?”
친구의 외침을 뒤로 한 채 집으로 간다.
연습장을 꺼낸다. 아마 내가 그녀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몸부림일 것이다.
글을 쓴다.
희야 날좀 바라봐 너는 나를 좋아했잖아
너는 비록 싫다고 말해도 나는 너의 마음 알아
사랑한다 말하고 떠나면 나의 마음 아파할까봐
뒤돌아 울며 싫다고 말하는 너의 모습 너무나 슬퍼
빗속을 울며 말없이 떠나던 너의 모습 너무나 슬퍼
하얀 얼굴에 젖은 식어가는 너의 모습이
밤마다 꿈 속에 남아 아직도 널 그리네
희야 날좀 바라봐 너는 나를 좋아했잖아
너는 비록 싫다고 말해도 나는 너의 마음 알아
사랑한다 말하고 떠나면 나의 마음 아파할까봐
뒤돌아 울며 싫다고 말하는 너의 모습 너무나 슬퍼
빗속을 울며 말없이 떠나던 너의 모습 너무나 슬퍼
하얀 얼굴에 젖은 식어가는 너의 모습이
밤마다 꿈속에 남아 아직도 널 그리네
희야 날좀 바라봐 오 희야 오 날좀봐
오 희야 희야 오 희야 오 희야
오 나의 희야
희야..
사랑했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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