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갓파더'는 분명 재미있는 영화였다.
20년 전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정말 눈물 쏙 빠지게 웃으면서 영화를 관람했을 것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웃을 수 없었던 이유는
영화에서 나오는 웃음 포인트가, 내가 이미 20년 전에
너무나 많이 봐왔던 장면들이었기 때문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차 감정의 표현이 줄어든다고 한다.
학자들은 그 이유를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에 있다고 발표했다.
물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본다.
인간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즉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그에 비례해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기쁜 일, 화나는 일, 슬픈 일, 즐거운 일 ...
그렇게 하나 둘 감정의 변화를 계속 겪어가면서
감정이 무뎌져가는 것이다.
슬픈일을 반복해서 겪다보면 그 슬픈일이 어느새
슬픈일이 아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새 내 감정도 닳고 닳아서 이제는
손에 박혀버린 굳은살처럼 아무런 느낌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일까..?
나도 이제 어지간해선 슬프지 않고
어지간해선 기쁘지 않은
진짜 어른이 되 버린 것일까..?
오늘 하루, 나는 참 부러웠다.
내가 부러웠던 것은
영화가 재미없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는 앞자리 남자들의 "용기"도
영화를 보다가 지루해지면 아무렇지 않게 잠들 수 있는 친구의 "태평함"도
아니었다.
내가 부러웠던 것은
내 옆자리에 앉은 꼬맹이가 오늘 겪었던
희대의 코메디 '영구'와의 "첫 만남" 이었다.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