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난 자리에서
마주보고 앉아있지만 무슨말을 선뜻 건네야할지 모르겠는 것처럼.
굳이 비유를 하자면, 지금 제 기분이 그런 기분일 겁니다.
조심스럽게 훑어내려온 제 지난 흔적들때문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더 이상 그 때처럼 무지막지하게 글을 올리긴 힘들 것 같네요.
아무것도 몰랐으면서 뭘 저리도 아는 척을 해놨을까,
쥐뿔 잃어본 것도 없었으면서 뭘 그리 잃어버린 척을 했을까,
그다지 슬픈 일도 아니었는데 왜 그리 슬픔을 칠해놓았을까, 등등...
다 지나고보니 아무 일도 아닌 게 되어있는데
그 땐 '아무것도 아닌 일'이 절대로 될 수 없을 것 같았더랬죠...
어제는, 리콜값 좀 벌어보려고
죽마에 좀비 몇 마리를 잡으러 갔는데, 오래전 인연을 만났더랬습니다.
꽤 오랫동안 한 자리에 캐릭터를 세워놓긴 했지만,
엄청나게 반가운 건 진심이었지만,
반갑다는 인사 뒤로는 딱히 할 말이 없었네요.
시간이 벌써.. 그만치 흘렀나봅니다.
그러고보니 한 자리에 캐릭터를 세워놓고 무슨 말을 끄적대야할지 모르겠는 건
그 분에게나, 이 곳에게나, 똑같네요.
이럴려고 '나 살아있어요' 따위의 글을 선뜻 올린 건 아닌데 말이죠.
이따위 푸념이나 하려고 다시 클릭한 건 아닌데 말이죠.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난 자리에서
'무슨 말부터 해야할까...' 라고 묻는 것 만큼 어색한 말도 또 없을텐데,
그만큼 서로 할 말 없게 만드는 말도 또 없을텐데,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고작 한다는 말이
'무슨 말부터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