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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空] 칼을 내리며
1291 2011.06.11. 21:57



나는 작년 연말에 칼을 내려놓았다.

만약에 어떤 일련의 사건들이 없었다면

난 아직도 칼을 잡고 매일같이 이 공간에서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과, 비슷한 류의 생각을 하며

비슷한 류의 공동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행위를 계속해서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칼을 내려놓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칼을 내려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버렸지만

다시 칼을 잡기엔 이미 먼곳으로 와 있었고, 다시 한번

칼을 잡고 싶다는 생각도 좀처럼 들지 않았으며, 그렇다고해서

좀 더 열심히 붓을 잡는다는 것 또한 상상도 안되고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난 주변 사람들에게 칼을 내려놓은 이유를 아주 그럴듯하게 설명했지만

사실은 그런것 때문이 아니었다.

난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끝맺음 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칼을 내려놓은지 얼마 안되서 그 일련의 사건은 마치

소나기가 내리고 난 뒤, 비에 젖은 땅처럼 흔적만 남긴채 내 주변에서 증발해버렸다.

내가 지금까지 붓조차도 다시 잡을 수 없었던 것은, 내가 너무 멀리 와버린것 때문만이 아니라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것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붓을 잡고 있다는 사실에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나에게서 사라져버린 그것은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몇몇 분들께는 연락도 못드리고 사라져버려서

이제와서 염치없게 이렇게라도 안부인사 드립니다.



[空] by.메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