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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처녀들의 수다.
110 2001.10.04. 00:00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주 오래간만에, 친했던 친구둘과의 모임이 있었다. 다들 자기일들 하느라 바쁘게 사는통에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던 친구들이 추석을 지내고 틈을 내서 술한잔 기울이며 수다를 떨어보기로 하였다. 친구 K양은 서울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있는 공학도다. 어려운 살림에 아들도 아닌 막내딸을 서울 유학 시키시느라 부모님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신걸 알기에 그녀는 단한번도 장학금을 놓쳐본적이 없는... 그야말로 모범생의 전형이다. 공부에 대한 욕심만큼은 누구못지 않게 강해 (참고로 우리는 여상출신이라, 그닥 공부에 흥미를 가진사람이 전무하다싶다.) 이번엔 카이스트진학의 꿈을 안고 얼마전 대학원시험을 보러 광주엘 다녀왔다고 한다. 그녀의 카이스트 입학이 확정된다면 아마~ 그녀의 출신고등학교에선 현수막을 교문에다 걸일이지... 또다른 친구 Y양은 고등학교 졸업후 착실히 직장생활을 하며 집안살림을 꾸려가고, 시집갈 밑천까지 모아둔터라 머지않아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과 결혼할거라 이야길 하며 부케는 누가 받을 건지, 너네도 좋은 사람만나야 할때가 아니겠냐는둥... 내겐 멀게만 들리는 소리만 해댄다. 마지막엔 그녀의 그가 데리러 오는 자상함에, 우리들의 집까지 일일히 차로 데려다주는 배려까지 보여 모임에서 가장 부러움을 샀다. 나를 제외한 마지만 친구 S양은 도대체 그녀가 말하는 그란 사람이 몇번째 바뀐사람인지 헷갈린다. 아니... 지금 그가 몇인지 조차 가늠하기 힘이 든다. 고등학교시절 가장 얌전하고 소극적이여서 졸업후 참하게 지내다 시집 조용히 갈줄알았는데 오히려 그런 그녀가 소위 잘~ 나간다고 말을 해야하나... 역시 사람 사는건 아무도 모른다 했던가... 연신 울리는 전화벨... 그때마다 다른 통화상대... 아~ 어지럽다. 나? 할말이없다. 뭐하고 지내냐는 물음에도, 요즘 사귀는 사람이랑은 어떠하냐는 물음에도, 그럼 앞으론 뭘할거냐는 물음에도... 도무지... 대답할수가 없다. 그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덕분에 좋다는 말밖에... 약간은 췻기가 도는 밤이다. 나도... 이렇게 할말없는 인생을 살고 싶었던건 아닌데... 나도... 자랑할거리 많은 이야깃거리 많은 인생을 살고 싶었었는데... 아직은... 아직은 늦은게 아니라고 누가 내게 말해 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