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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부질없는 약속
2187 2011.06.29. 01:42











내가 약속에 대해 불신을 가지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아주 어린시절의 일이었다.




초등학교때 운동회 하루전에 가지고 있었던 설레임. 그 설레임을 가지고

운동복이니 머리띠니, 준비해야할것을 준비하고 있었던 도중 그당시 같이살던 삼촌이 내방에 오셨다.

내가 한창 운동회를 준비하시는것을 보시고는,

후라이드 치킨이 좋냐며, 양념치킨이 좋냐며 물어보시곤 내일 운동회니까 치킨을 사주신다는

약속을 하셨던것이다.

물론 난 그다음날, 신이나서 점심만 먹고 저녁도 굶은채로 저녁 9시까지 삼촌이 오시기만을 기다렸고

삼촌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_-;





난 화가나서 삼촌에게 엄청 대들었지만, 삼촌의 대답은 그저 기억이 안난다는식의 대답뿐이었고

그날 난, 나이도 어린게 삼촌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부모님에게 죽어라 맞고 혼났다.

정말 배고픈상태로 이불안에 혼자 들어가 밤새도록 서러운 눈물을 흘리던..

그날의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을수가 없다.





그이후로 그 어린 나에겐 약속이란 그저

"지키지 않고 미안하다는 말, 모른다는 말 하나면 충분한것."

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렸다.







-




얼마전, 소중한 사람과 약속을 하는데 솔직히 그 약속을 100% 믿을수가 없었다.

열심히 믿었다가 또 실망감만을 느끼게 되는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던터에 약속을 믿지못하는 나를 보고 속상해하는 상대의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 약속이란건 결국 믿지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결국 속는다고 해도, 믿는다는것 자체로 행복해질수도 있는것이니까.

나는 다시한번 용기를 내어 그 약속을 철썩같이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에게 돌아온건 또다시 일방적인 약속의 깨짐. 이었고.

약속을 깬 당사자에게서 들을수 있는말은 단지 '미안하다' 라는 한마디 뿐이었다.

아무것도 없다.

약속을 깬뒤에 그냥 미안하다.. 한마디로 어물쩡 넘어가면 되는.

미안하지만 달라질건 없다는 그 잔인한 이야기로

마무리지으면 되는..

그저 고개숙이면 되는.




그런 부질없는 약속의 연속이랄까..






-




나에겐 이미 씻을수 없는 상처들로 남아있는 수많은 약속들.

혹시나 나또한, 약속이라는것을 통해 다른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비내리는 밤,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생각해본다.




또 누군가와 그런식의 약속을 해야할 날이 온다면?





난 또 그것을 과연 믿을수 있을런지,

아니면 억지로라도 믿어야 하는것일지.

내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해서 커지고있는 이 불신을 지울수가 없어

하염없이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