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커레이드풍(風), 지폰풍(風) ...
내가 어둠의전설에 첫 발을 내딛었을때
늘 보물처럼 착용하던 아이템들이다.
어릴적부터 바람(風)을 좋아했던 나는
어둠의전설에 4가지 속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때
당연히 바람(風) 속성을 선택했고,
항상 피에트 무기방어도구 상점을 들락거리며
바람(風) 속성 아이템을 사 모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내가 4써클이 되고, 5써클이 되었을때
사람들은 내게 화(火) 속성 옷과
화(火) 속성 검을 선물했다.
나는 으레 풍(風) 속성 옷과 검은 없냐고 물어봤지만,
사람들은 어둠의전설에서는 화(火) 속성 아이템이 가장 방어력도 좋고
공격력도 높은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화(火) 속성 아이템을 착용하라고 일러줬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화(火) 속성 옷이 가장 방어력이 좋고
화(火) 속성 검이 가장 공격력이 높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바람(風)을 좋아했기에 풍(風) 아이템을 선택한 것이고,
나에겐 방어력이나 공격력 보다는
아이템의 속성, 그 자체가 중요한 '기준' 이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고집도, 기준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사람들은 늘 풍(風) 아이템만 차고 다니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고,
사냥 도중에 화(火) 속성 아이템이 가장 좋은 것이라며 나를 타이르기는 다반사,
화(火) 속성 아이템을 챙겨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결국 나는 화(火) 속성 아이템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냥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도 싫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템의 능력치라는 숫자의 높낮이가
온라인 게임에서는 가장 보편적으로 중요한 '기준' 이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 후로 나의 기준은
이 사회에 맞추어 획일화 되었다.
캐릭터를 키우는 방법, 사냥을 하는 방법, 아이템을 맞추는 방법 ..
모든 것이 이미 최선화 되어있는
이 사회의 '기준'이란 틀에 나 자신을 맞추어버린 것이다.
그때였던 것 같다.
내가 너무 재밌고 또 재밌어서,
내일 어둠의전설을 할 생각에 밤에 잠도 오지않던 그 설레임,
그 설레임이 약간은 퇴색해버리던 순간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