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소개팅을 나갔다가
상대방에게 차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당연히 차가 없다고 말했다.
아니, 아직 운전면허도 없다고 말했다.
상대방은 황당하단 듯이,
"아니 그 나이에 차도 없고, 운전면허도 없어요..?"
라고 되물었고,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여줬다.
이 사회의 '기준'은 그런 것 같았다.
초·중·고등 학교에선 어느정도 좋은 성적을 내야하고,
그래서 어느정도 좋은 대학을 가야하고,
그래서 어느정도 좋은 직장을 잡아야하고,
그래서 어느정도 좋은 차를 사야하고,
그래서 어느정도 좋은 집을 사야하고,
그래서 어느정도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해야하고,
그래서 어느정도 좋은 자식을 나아서 길러야하고,
그래서 어느정도 좋은 인생을 살아야하고 ..
나이대마다 당연히 해야하는 '기준'이 정해져있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을때, 사람들은 그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불쌍하게도 생각하고, 모자라게도 생각하고
그냥 사회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실패자 정도로 생각해버린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 없이 다르고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획일화 되어있는 사회의 한가지 '기준'에
자신을 맞추어간다.
그게 최선의 '기준'이고
최고의 '기준'이라고 모두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다를 뿐이지,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나는 상대방에게
세상에서 다른 '기준'을 가진 사람이
결코 못나거나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어졌다.
"당신, 집은 있습니까..?"
상대방 여자는 당당하게 말했다.
"당연히 없죠. 아직 집을 살 나이는 아니잖아요."
나는 한심하단 듯이 그 사람을 내리보며 말했다.
"나는 집 있어요. 내 이름 앞으로 되어있는 내 집."
"당신의 기준에 맞추어보면, 내가 당신보다는 훨씬 잘난 사람이네요."
상대방 여자는 얼굴이 목까지 새빨개져버렸다.
집으로 오는 내내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자신의 기준을 버리고 세상의 기준이란 것에
자신을 맞추어 살아가는 사람이 더 불행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기준은 갖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해보이지 않도록
세상의 기준도 함께 신경쓰며 살아가는 사람이 더 불행한 것일까..?'
오늘 내 인생은
그 여자의 그것보다 수백배는 불행해 보였다.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