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항상 수강신청 시즌이 다가오면
무슨 과목을 들을까 고민을 하고, 내가 가고 싶은 날짜에 괜찮은 과목이 있을까 고민하고
수강신청 전날엔 실패 없이 모든 과목 차질 없이 신청 해야할텐데 하며 고민하기 마련이다.
나역시 얼마전 그런 고민반 설렘반의 마음으로 전날까지 들떠 있었다.
메신저로 전전학기때 같이 수업을 들었던 후배 미영(가명)이가 쪽지를 보내왔다.
"오빠, 전공 뭐 들어여?ㅋㅋ", "OOOO 하나 들엉 월요일 오전에 있는거 ㅎ_ㅎ"
"저두 그거 하려구여!ㅋㅋ 내일 10부터신청맞죠?ㅜㅜㅜㅜ 몇학점 들으세요?ㅜㅜ"
"어 9시 아니니? ㅋ", "헐 9시예요?" …………
전전 학기때 수업을 한번 같이 들었지만, 바로 전 학기엔 별로 연락도 없었던 아이였다.
뭐 수강신청기간이니깐 같이 들을 사람 없나 하고 물색하는거 같아 보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다음날 수강신청 시간이 다가올 쯤, 같이 수업듣는 아이들이
메신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전학기때 수업 3개를 같이 들었던 평소 가끔씩 연락해오던 수진(가명)이가 쪽지를 보내왔다.
"오빠, ㅇㅇㅇㅇ 들을거 맞지?", "응 그걸루 하려구"
"응! 같이 들어ㅎㅎ"
"응ㅋㅋ, 아 맞다 월요일 오전 전공 미영이도 듣는다던데? ㅋ"
"관심없음 ㅋㅋㅋㅋㅋ 연락 자주하나보네~? ㅋㄷ"
"아냥 연락자주하는편은 아닌데 어제 수강신청때매 물어보길래 ㅎㅎ;"
"맞아ㅡㅡ;; 걘....; 항상 지 필요할때만 연락해대ㅡㅡ;;
어젠 나한테 졸업에 필요한거 막 묻더라ㅡㅡ;;
평소엔 연락도 안하면서 지나가다가 인사도 안하면서 말이지~
그런타입 재수없음 "
순간 난 미영이와 수진이가 전전 학기때 같은 수업을 들었고, 겉으론 티를 안냈지만
난 그 둘 사이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아보였던것이 떠올랐다.
"ㅋㅋ 암튼 5분남았으니깐, 아 이번엔 저번처럼 막히면 안되는데"
하면서 일단 더이상의 뒷담화를 중단하기로 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내가 생각하기엔 평소 연락을 거의 안하고 지냈지만, 수강신청기간 때 뭔가 같이 듣는 수업
없나 하고 물어보던 미영이도 이해가 갔지만,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아보였던 수진이도 이해가 갔다.
필요할때만 찾는 미영이도, 그런 사람이 싫다고 직접적으로 말할정도로 어느정도 친해진 수진이도
둘다 틀리진 않은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인간관계, 좋은 친구를 사귀고 또는
그밖의 사람들과 좋은 대인관계를 쌓아가는 것.
에 있어서, 과연 필요성 없이 사람과 대인관계를 원하는 것이 존재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정말 친한 친구, 가장 소중한 친구와 사귀는 이유같지도 않고 굳이 나열해보면 이런 이유,
같이 있으면 말이 통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도 하고, 이런 친구와 대화를 하고 싶은 (Want).
이런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Want). 이런 친구와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은 (Want).
이런 친구가 아프면 걱정이 되는 마음. 이런 친구가 좋은일이 생기고, 잘되면 같이 기뻐지는 마음.
사람들은 당연한것 같지만 입으로 꺼내긴 힘들고 까다로운 이와 같이 약간은 구체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뭔가 나에게 필요한 것을 상대방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
필요성.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다.
물론 이런 단정적인 말에 반박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내 사고방식이 너무 이기적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크게 틀리진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위에 나열한 그나마 순수하고 좋은 방향에서의 마음, 즉 want 뿐만 아니라,
[내가 이만큼 관심을 쏟고 (혹은 투자:먹을것을 사준다거나 밥값을 계산한다던가)
다음에 이 사람한테 무언가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마음에서 생기는 그다지 도덕적이지 못한 인간관계에서 찾을 수 있는 want 까지.
도대체 세상을 살아가면서 want가 없는 인간관계가 [일부의] 부모자식간의 목적없는 사랑말고
무엇이 있을까.
봉사활동, 흔히 교육기관에서 정해놓은 봉사활동 점수를 채우기 위한 수단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의지로 하는 봉사활동도 마찬가지다.
점수 채우기 봉사활동은 말할것도 없는 이유가 있고,
봉사활동을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스스로 하는 사람들의 마음.
그것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자신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좀 더 밝은 사회가 되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want.
마치 매우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시선으로 분석한 것 같은 문장이지만, 틀렸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세상 살아가면서 필요할때만 찾는 사람들과, 필요할때만 찾지 않는 사람들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전자의 경우 : 인간관계의 과정이 짧아도 상대방에 대한 필요성(Need)이 커질 때.
후자의 경우 : 더불어 가는 세상에서 언제 필요성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보험과 같이
꾸준한 관심으로,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중을 생각할 때.
난 이런 차이라고 생각한다.
슬프지만 우리들의 삶에서 서로에 대한 필요성이 없다는 것은 거의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언제 다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들어두는 보험처럼
언제 어려워질지 모르는 우리들 각자의 인생에서, 서로 필요할 때만 찾지 말고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속담이 있듯이, 상대방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고
상대방의 필요성에도 관심을 가지고, 서로 돕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空]by.메이크
푸름의 정점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