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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劍 켄신 心] 『 두 개의 주사위 』
1575 2011.08.14. 15:50










  어렸을 적 오오삼삼 아이들끼리 모이게 되면,

  '부루마불' 이라는 게임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부루마불이란.

  주사위 두 개를 굴려, 우주로 구성된 게임판을 돌아다니며

  행성들과 별자리를 사고, 내 행성과 별자리에 도착한 사람에게

  게임 Money를 받는 룰로 이루어진 간단한 게임이었다.





  나는 항상 두 개의 주사위를 한번에 모두 던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비겁하다고, 꽁수라고 하면서 놀려 댔지만,

  나는 주사위 하나를 던진 후

  말을 한 개의 주사위에서 나온 눈만큼 이동시키고,

  마지막 주사위를 던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고 여린 마음에 행여 안좋은 칸에 걸릴까

  두 개의 주사위를 한번에 다 던지는 심적 부담이 너무나 무서워

  한 개의 주사위를 맘편히 던지고,

  나머지 주사위 하나에 내 운명을 걸었던것 같다.


  그렇게 나는 많이 여렸고, 바보같이 마음이 약했다.





  두 개의 주사위를 한꺼번에 던져, 나온 수만큼 말을 이동시키는 것과

  하나의 주사위를 맘편히 던지고,

  나머지 주사위의 눈에 콩당콩당 운명을 거는 것은

  분명 달랐다.


  두 개의 주사위를 한번에 던졌을 때는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두렵고 초조한 상황이 연출되지만,

  한 개씩 주사위를 던질 때에는

  내가 도달할 지점을 미리 계산해 볼 수 있어

  마음이 참 편해지고, 한층 부담이 적었다.





  10년이 20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한 개씩 주사위를 던지는

  바보같은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대인관계와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 속에

  늘 내 마음의 주사위 한 개를 미리 던져 놓는다.


  그러면 나머지 하나의 주사위는 내 눈앞의 사람이 던져야 한다.

  나는 '그 사람이 나와 어떻게 될까..'

  '멀어질까 친해질까..'

  '다툴까 화해할까..'

  '사랑할까.. 헤어질까..'

  '웃을까.. 울을까..'

  '좋아질까.. 싫어질까..'

  하는 그 모든 부담들을 자연스레 마지막 주사위에 걸게 되고

  타인에게 그 주사위를 굴리게 함으로써,

  내가 사람을 대할때 갖는 부담감들을 덜어버리려 애를 쓴다.


  가령 내가 '4' 라는 주사위의 눈이 나왔을때,

  내가 상대하고 있는 눈 앞의 사람은 '4' 이상의 주사위 눈을 던져야 한다.

  그 사람이 '1' 이나 '2' 나 '3' 이 나와서 나와 멀어지든

  '5' 나 '6' 이 나와서 나와 가까워지든

  그것은 내 몫이 아니란 듯이,

  모두 다 상대방의 몫으로 돌린채,

  나는 그렇게 비겁한 주사위 놀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며 살아간다.





  언제부턴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내겐 참 큰 부담이 되 있었고,

  나는 나만의 비겁한 룰 속에서

  그런 부담감들을 떨쳐버리려 발버둥치고 있었다.


  너무나 여리고 바보같은 나는,

  두개의 주사위가 참 많이 부담스러웠다.

  무서워 겁이 날 정도로 ...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