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오오삼삼 아이들끼리 모이게 되면,
'부루마불' 이라는 게임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부루마불이란.
주사위 두 개를 굴려, 우주로 구성된 게임판을 돌아다니며
행성들과 별자리를 사고, 내 행성과 별자리에 도착한 사람에게
게임 Money를 받는 룰로 이루어진 간단한 게임이었다.
나는 항상 두 개의 주사위를 한번에 모두 던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비겁하다고, 꽁수라고 하면서 놀려 댔지만,
나는 주사위 하나를 던진 후
말을 한 개의 주사위에서 나온 눈만큼 이동시키고,
마지막 주사위를 던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고 여린 마음에 행여 안좋은 칸에 걸릴까
두 개의 주사위를 한번에 다 던지는 심적 부담이 너무나 무서워
한 개의 주사위를 맘편히 던지고,
나머지 주사위 하나에 내 운명을 걸었던것 같다.
그렇게 나는 많이 여렸고, 바보같이 마음이 약했다.
두 개의 주사위를 한꺼번에 던져, 나온 수만큼 말을 이동시키는 것과
하나의 주사위를 맘편히 던지고,
나머지 주사위의 눈에 콩당콩당 운명을 거는 것은
분명 달랐다.
두 개의 주사위를 한번에 던졌을 때는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두렵고 초조한 상황이 연출되지만,
한 개씩 주사위를 던질 때에는
내가 도달할 지점을 미리 계산해 볼 수 있어
마음이 참 편해지고, 한층 부담이 적었다.
10년이 20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한 개씩 주사위를 던지는
바보같은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대인관계와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 속에
늘 내 마음의 주사위 한 개를 미리 던져 놓는다.
그러면 나머지 하나의 주사위는 내 눈앞의 사람이 던져야 한다.
나는 '그 사람이 나와 어떻게 될까..'
'멀어질까 친해질까..'
'다툴까 화해할까..'
'사랑할까.. 헤어질까..'
'웃을까.. 울을까..'
'좋아질까.. 싫어질까..'
하는 그 모든 부담들을 자연스레 마지막 주사위에 걸게 되고
타인에게 그 주사위를 굴리게 함으로써,
내가 사람을 대할때 갖는 부담감들을 덜어버리려 애를 쓴다.
가령 내가 '4' 라는 주사위의 눈이 나왔을때,
내가 상대하고 있는 눈 앞의 사람은 '4' 이상의 주사위 눈을 던져야 한다.
그 사람이 '1' 이나 '2' 나 '3' 이 나와서 나와 멀어지든
'5' 나 '6' 이 나와서 나와 가까워지든
그것은 내 몫이 아니란 듯이,
모두 다 상대방의 몫으로 돌린채,
나는 그렇게 비겁한 주사위 놀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며 살아간다.
언제부턴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내겐 참 큰 부담이 되 있었고,
나는 나만의 비겁한 룰 속에서
그런 부담감들을 떨쳐버리려 발버둥치고 있었다.
너무나 여리고 바보같은 나는,
두개의 주사위가 참 많이 부담스러웠다.
무서워 겁이 날 정도로 ...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