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장래희망이 동물학자였던 나는,
동물들을 참 많이 좋아했다.
동물의 이름만 대면, 그 동물의 종, 서식지, 먹이습성, 키, 몸무게 … 심지어는 생김새까지.
동물에 관한 지식이라면, 석사 박사 저리가라 할 정도로 줄줄 외던 나,
나는 내가 정말로 동물을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것이 내 착각이었다는 것을 아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던 해,
어머니가 사다주신 강아지 한마리.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 귀엽고 이쁜 이 강아지는
내 보물 1호였다.
책에서만, TV에서만 보던 동물이 내 눈앞에서 쌔근쌔근 잠들어있는
모습은 나를 하루종일 집에 묶어 두었고,
나는 강아지가 너무 좋아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내가 학교에 다녀와보니 강아지는 내 방 한 구석에 소변을 지려놓았다.
슥슥 닦아버렸으면 되는 것을, 어린 마음에 그게 뭐가 그렇게 더러웠던지
나는 근처에도 못가보고, 엄마한테 울상을 지으며 달려갔다.
그 후로도 몇번, 강아지는 내가 아끼던 장난감 바구니와 책가방 등에
소변과 대변을 지려놓았다.
그때마다, 나는 강아지를 내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하고,
엄마한테 달려가 강아지의 대소변을 치워달라고 칭얼댔다.
강아지가 싫었던건 결코 아니었다.
그냥 그 모든 상황이 싫었을 뿐이다.
지나치게 깔끔했던 나에게 강아지의 털에서 나는 냄새는 견딜 수 없는 고문이었고,
엉덩이 털에 대변이 묻어있는 모습 역시 너무나 더럽고 지저분하게 느껴졌다.
그때였던 것 같다.
내가 처음,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를 깨달았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