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많이 외로웠었나 싶다.
나는 다시 향수를 한병 샀다.
사람들이 끊고 사는 술·담배 처럼,
해서는 말아야할 짓을
나는 또 다시 반복하고 있었다.
아침이면 늘 쏟아붓듯이 온몸에 향수를 뿌리던 날이 있었다.
그러면, 그 날 아침부터 외출한 내내 내 몸에서는 '내 향기' 가 났다.
난 내 향기를 그다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면 내 향기는 예전 '네 향기' 로
변해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깨끗히 씻었는데도 몸 군데군데서
내 향수의 끝향인 예전의 네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네 향수이지만, 난 이 향수를 뿌리는 방법을
깨우치는데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너는 늘 잠들기 전, 향수를
몸 이곳저곳에 뿌리고 잤었나 싶다.
너에게선 늘 그 향수의 끝향이 나왔으니 말이다.
바보같은 나는 인터넷 이곳저곳을 뒤지며, 네가 준
내 향수가 왜 향이 다른지, 향수에 대한 이것저것을 알아보았다.
같은 향수임에도 향수를 뿌린 시간 기점으로
첫향, 중간향, 끝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나는 내 베게에서, 이불에서 나는 향기가
내 코에 익숙한 향임을 깨닫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너의 몸에선 늘 향수의 끝향이 났다.
'얼만큼 그 향수를 오래사용하면 그런 향이 몸에 베는 것일까 ..'
'뿌리고나서 몇시간이 지나야 그런 향이 베어나오는 것일까 ..'
네가 준 그 향수를 수없이 사오면서 나는 마치 마약중독자처럼
하루하루 향수를 달고 살았다.
오늘도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향수를 너무 많이 뿌린 것 아니냐는 평을 들었지만,
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오늘, 일찍 집으로 와 잠을 청했을때.
내 침대 위, 내 몸뚱이에서는 어느새 네 향이 나고 있었다.
아침의 독한 첫향과는 사뭇다른 은은한 끝향이 베어나왔다.
나는 베게에 얼굴을 묻고 참 오랜만에 편한 단잠을 잘 수 있었다.
미지근한 커피도 필요 없었고 수면제, 책, 티비소리, 조용한음악
그 어느 것도 필요치 않았다.
불면증이라는 고질병이 무색해질만큼,
정말 오랜만에 행복한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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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할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네 향을
"난향" 이라고 불렀었다.
난초같은 은은한 향기 ...
그 것은 무겁지도 않았고, 너무 달지도 않았으며, 특별하지도
않았다.
그 향은 단지 나를 편하게 만들어 줄 뿐이었다.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
너에게는 늘 향수의 끝향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