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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劍 켄신 心] 『 난향 』
1886 2011.09.12. 17:27









  한동안 많이 외로웠었나 싶다.

  나는 다시 향수를 한병 샀다.

  사람들이 끊고 사는 술·담배 처럼,

  해서는 말아야할 짓을

  나는 또 다시 반복하고 있었다.



  아침이면 늘 쏟아붓듯이 온몸에 향수를 뿌리던 날이 있었다.

  그러면, 그 날 아침부터 외출한 내내 내 몸에서는 '내 향기' 가 났다.

  난 내 향기를 그다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면 내 향기는 예전 '네 향기' 로

  변해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깨끗히 씻었는데도 몸 군데군데서

  내 향수의 끝향인 예전의 네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네 향수이지만, 난 이 향수를 뿌리는 방법을

  깨우치는데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너는 늘 잠들기 전, 향수를

  몸 이곳저곳에 뿌리고 잤었나 싶다.

  너에게선 늘 그 향수의 끝향이 나왔으니 말이다.



  바보같은 나는 인터넷 이곳저곳을 뒤지며, 네가 준

  내 향수가 왜 향이 다른지, 향수에 대한 이것저것을 알아보았다.

  같은 향수임에도 향수를 뿌린 시간 기점으로

  첫향, 중간향, 끝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나는 내 베게에서, 이불에서 나는 향기가

  내 코에 익숙한 향임을 깨닫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너의 몸에선 늘 향수의 끝향이 났다.

  '얼만큼 그 향수를 오래사용하면 그런 향이 몸에 베는 것일까 ..'

  '뿌리고나서 몇시간이 지나야 그런 향이 베어나오는 것일까 ..'

  네가 준 그 향수를 수없이 사오면서 나는 마치 마약중독자처럼

  하루하루 향수를 달고 살았다.





  오늘도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향수를 너무 많이 뿌린 것 아니냐는 평을 들었지만,

  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오늘, 일찍 집으로 와 잠을 청했을때.

  내 침대 위, 내 몸뚱이에서는 어느새 네 향이 나고 있었다.

  아침의 독한 첫향과는 사뭇다른 은은한 끝향이 베어나왔다.

  나는 베게에 얼굴을 묻고 참 오랜만에 편한 단잠을 잘 수 있었다.

  미지근한 커피도 필요 없었고 수면제, 책, 티비소리, 조용한음악

  그 어느 것도 필요치 않았다.



  불면증이라는 고질병이 무색해질만큼,

  정말 오랜만에 행복한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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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기억 할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네 향을

  "난향" 이라고 불렀었다.



  난초같은 은은한 향기 ...

  그 것은 무겁지도 않았고, 너무 달지도 않았으며, 특별하지도

  않았다.

  그 향은 단지 나를 편하게 만들어 줄 뿐이었다.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

                              너에게는 늘 향수의 끝향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