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작. 만지작 ..
지하철을 통해 집으로 오는 길.
텅텅빈 지하철안에서 내 앞에 남자가 종이 한장을
만지작데고 있었다.
무슨 재미있는 내용인지, 그 남자는 그 글을 보다가
웃기도,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면서 다양한 제스처를
보여 주었다.
"이번 내리실역은 xx. xx역 입니다"
그 남자는 지하철맨트가 나오자, 마치 딴생각을 하고있
었단듯이 황급하게 일어났고
그 바람에 지하철문앞에서 그 종이를 떨어트리고
나가고 말았다.
문이 닫히기 직전, 그 남자는 문앞에서 아주 잠깐 고민하듯
주춤하였다.
누가봐도 뻔한 고민이었다.
"들어가서 그 종이를 다시 주을까. 아니면 포기하고 그냥 갈까"
그 남자가 주춤이고 있을때, 결국 문이 닫혀 버렸고
지하철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아쉬운 마음에서인지, 계속 내쪽 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몇정거장이 지나고
내가 지하철을 내릴때쯔음, 그 종이는 이리저리 지하철칸을
굴러 다니고 있었다.
"이번 역은 xxx. xxx역 입니다"
앗! 나 역시 딴생각을 하다가, 내릴곳을 지나칠뻔했다
난 황급히 목도리와 장갑을 챙겨들고 문앞으로 달려나갔다.
내 발앞에는 아까 그 남자가 버리고 간 종이한장이
놓여 있었다.
난 그 종이를 황급히 주어서 주머니에 쑤셔넣은채 문이 닫히기
전 잽싸게 튀어나갔다.
: 지하철 밖으로 나가, 추운 밤길을 걷고 있었다.
추워서 주머니에 손을 넣자, 아까 지하철에서
주은 종이한장이 손에 잡혔다.
주머니속 종이를 꼬깃꼬깃 매만지면서 옛생각에
잠겨보았다.
난 너를 잡지 못한것일까
아니면,
잡지 않은 것일까 ..
"스며오는 향기는 아련한 백매화향 ..."
ㅡㅡㅡ 히무라 劍心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