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가지고왔으면 좋았을텐데"
"난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녀요."
"그래요? 어디있는데요?"
"난 그냥 보는대로, 내 머리속에 찍어두거든요."
"에이~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잖아요."
"아뇨, 잘 안지워져요."
"네?"
"갈색 소매없는상의에 허리에는 벨트를 매고있었고 캐쥬얼 갈색면바지에 7부,8부정도되는..
그리고 귀에는 동그라미3개가 달린 귀걸이를 하고있었어요.
그리고 저쪽에서 한마리는 갈색, 한마리는 검정색. 말들을 촬영하고 있었죠.
내가 마음껏 촬영해도 좋다고 했더니, 됐다고. 차라리 초상권없는 말을 촬영하는게 낫겠다고
채연씨에게 가자고했고 이곳에 돌아와봤더니, 오른쪽뒷바퀴가 달아나고 없었어요."
"어떻게.. 그걸 다 기억했어요?"
"기억이라는건.. 관심과 애정의 크기에 따라서 비례하는거에요."
2003년 sbs드라마 '선녀와사기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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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을 잊으라고 말하는것은
어떻게보면 참 웃긴일이 아닐까 싶다.
잊으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그사람이 정말 쉽게 잊혀진다면
그사람이 나에게있어 별볼일없는 사람이라 말하는것과 다름없는데.
지나간 소중한 시간들을
의도적으로 '싸구려'취급하며 잊는다 한들
그것이 진정 그사람에게 있어 도움이 되는일일까.
내가 잊고싶은것은,
그사람이 아니라.
그사람과 함께했던 나의 행복한 모습들이 아닐까 한다.
행복했지만.
결국엔 불행해지니까.
그리고 그것을 알고있으니까.
지금 영화에서 나오고 있는
주인공이 너무나 행복한 모습이라고 해도
결국엔 나중에 불행해질것을 안다면.
저 영화의 엔딩이 새드엔딩이라면.
그 행복한 모습을 마음편하게만 볼수는 없을것이다.
마음속 한구석엔 찜찜한 마음이 남겠지.
저렇게 지금 웃고있어도
결국엔 불행해질텐데.
계속해서 저렇게 웃을수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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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흘러 그사람이 생각나지 않더라도
결국 그건 눈속임에 불과하겠지.
잠시 잊는것일뿐, 절대로 컴퓨터 파일처럼 삭제되는것은 아니니.
그사람과 관련된 음악, 장소, 수많은 것들을 통해
다시 기억해낼수밖에 없겠지. -_- 우린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니까.
결국엔 다시 떠오르게될텐데.
우리 의지대로 컨트롤할수 있는게 아닌데.
열심히 잊으려고. 그렇게 노력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잊는다는것은
참 부질없는것.
결국 우린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기에.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듯.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가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의 기억도 조금씩 흘러가는것.
그리고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변해가는것.
너무 힘들어하지 맙시다.
지금은 잊고싶은 너무나 힘든기억이,
후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당신을 찾아올지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