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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담담하게 써내리는 글 (2)
4298 2018.01.21. 05:35








혹자는 이제 현자/시인의마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곤한다.


한때는 접속을하면 편지함이 수시로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다.
내 아이디보다도 시인님이라는 호칭으로 더 많이 불려졌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모두 옛날일에 불과하다. 나도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있다.

새로운 시인이 선출되지 않고, 게시판에 대한 관리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가슴속에 조금이나마 간직했던 시인의마을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 사라져가는것을 느꼈다.

이곳은 나에게있어서 더이상 달가운 공간이 아니었다.
글을 잘써봐야 본전. 꼬투리잡힐만한 여지를 남기면 오히려 욕이나 먹을텐데
예전과같이 글로써 소통하고 많은사람들과 이야기하던 그 시절은 다시 오지않을텐데

왜 굳이 글을 써야하나..
이런생각을 한 순간부터 나는 이미 그 자격을 잃어버린것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시인의마을에 새로운글이 올라올까 싶어서 이곳을 클릭하는 유저는 몇이나 될까?
시인으로 선출되고싶어서, 시인을 꿈꾸며 글을쓰는 사람은 한명이라도 있을까.
이곳에 예전처럼 애정을 가진사람들은 몇이나 있는걸까..

알수없는일이다.


-


흔히들 10년이란 시간을 강산도 변하는 긴 시간이라 칭하곤 한다.


그동안 어둠의전설도, 시인의마을도 정말 많이 변했다.
하지만 다른한편에서는 이 글을 작성하는 나도. 글을 읽어주시는 유저분들마저도 모두 변했을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가 생기는것은 어떻게보면 당연한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안타까운것은 이 게임이 가지고있는 유일한 매력들이 퇴색되고 있다는점이다.



사실 게임내의 게시판문화는 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이제는 파티를 구하는것도, 게임내의 아이템을 거래하는것도 모두 게임밖에서 이루어지고있다.
어떻게보면 참 재미있으면서도 웃긴일이다.
게임내에서 거래하고, 사냥을 하는데 정작 그것을위한 소통의 창구는 게임밖이라는게..

타 게임을하면서 커뮤니티를 하려면 특정 외부사이트를 이용해야만해서
어둠의전설 게임내부의 게시판문화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는데
이젠 오히려 그 장점은 퇴색되고 불편한 타 게임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가고있으니..



작년 간담회에서 새로운 현자 및 시인을 선출할 계획이며,
현재 웹페이지와 게임내로 나뉘어있는 게시판을 모두 통합할것이며 전체적인 게시판들을
다시 활성화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디 그말이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아니..
사실은 현실적으로 그게 이루어지기 어렵다는걸 너무나도 잘 알고있다.
어쩌면 지금처럼 글이 올라오지 않다가, 천천히 잊혀지는게 더 자연스러운 흐름일것이다.


-


하지만 훗날 이 시인의마을이라는 공간이 평가절하되고, 쓸모없는 공간으로 취급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곳에는 여전히 수많은 시인분들이 정성스레 쓴 수천개의 글이 담겨있고
그 글들은 어둠의전설의 역사와더불어 수많은 추억을 담고있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당시엔 별로 중요시 생각하지 않았던 사진한장이
나중에는 그 추억을 되살려줄수있는 유일한.. 그 무엇보다 소중한 물건이 되기도 하는것처럼.
지금 관리되지않는다고해서 부디 이곳이 의미없는 공간이라 생각하는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오히려 시간을 앞서간 곳이었다고. 보기에 참 좋았다고..

그렇게 생각해주고,
기억해주고.
또 말해주기를..

소심하게 바랄뿐이다.




ps

재작년쯤이던가요. 2018년이 오면 시인으로 선출된지 10년이라는 시간이 오겠다.
막연하게 생각한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런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이곳은 예전만큼 찾는사람도 없고, 방치된지 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찾아와서
틈틈히 글을 확인해주시는 유저분들이 계시다는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제가 이곳에 처음 들어올때만해도 여섯분의 시인이 계셨습니다.
내가 글을 작성하지 않을때면 다른분들의 글이 올라왔고..
게임내의 화두가 있으면 다같이 자신의 생각을 올리기도 하고.. 그렇게 글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연락을 따로 한 시인분들은 없었지만, 사실 어느정도의 유대관계를 느꼈던것 같습니다.

그런부분이 시편게시판이나 어둠내의 여론으로 확산되어 게임내에 긍정적인 영향을주기도 했구요.
그런 멋진일들이 이제 일어날수 없다는게 아쉬울뿐입니다.
게시판문화만큼은 정말 어둠의전설만한 게임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억으로 남을거에요.



어떻게보면 이제는..
글이 올라오는것이 당연한게 아닌,
글이 올라오면 그것을 신기하게 봐야할 공간이 되어버린지도 모르겠습니다.

야속하지만 현실이 그런걸 어쩌겠습니까.


-


시간이 얼마나 빨리가는지 잘 알기에
이글을 작성한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않을만큼 또다시 많은 시간이 흘러갈것이라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간담회에서 언급했던것처럼 기적과같이 게시판의 통합과더불어 다시한번 시인의마을에서
새로운 시인분들의 글을 보고, 그것에 공감해서 편지를 보내기도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자신의 추억을 떠올릴수있는 그런 시간이 오길 바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보면 그건 너무 지나친 욕심이었나봅니다.
이제는 지나친 기대와 많은 욕심을 가지기보단, 마음을 비워야 이 게임을 받아들이기 수월할것 같아요.

솔직히 십년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너무많은 공백과 말로 채울수없는 허전함이 함께하기에 부끄럽지만.
그래도 이 게임을 떠나지않고 아직까지 시인의마을을 들러주시는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새해인사가 조금 늦었습니다. 2018년 새해복 많이받으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하시는일 모든것이 잘 풀리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힘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