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말을하니 문득 가족모임에서 부모님과 나눴던 대화가 떠오르네요.
나이를먹으면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가는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에 모두가 공감했던 기억이납니다.
이제 30언저리를 살고있는 제 인생과 수많은경험을 해오신 부모님의 시간이 다르게 느껴지듯
새로나온 온라인게임들과 이제 20주년을 맞이한 어둠의전설의 시간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곤 합니다.
운영자분들의 복귀공지를보고 설레던 마음을 감출수없었던게 재작년 11월.
두번의 간담회와함께 많은 패치가 이루어진것이 벌써 작년이네요. 눈 깜짝할사이 2년이란시간이..
많은기대를했고, 또 실제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제 개인적인 기준으론 (...)
마음에 찰 정도는 아닌것같습니다. 이제와서 아쉬워해봐야 아무의미없다는걸 잘 알면서도 말이죠.
어둠의전설을 모르는 친구나 지인, 제 3자가 왜 이게임을 아직도 하고있냐고 물으면 제 답은
항상 단순했습니다. 잘나가는게임이어서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게임' 이라서 하는거라고.
대세를 따르기보단.
내 주관적인 기준과 생각으로 소신껏 게임을 한다는 일종의 나르시즘에 빠져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 게임은
여전히 누군가 방을막거나 길을막고있으면 손가락을빨며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누군가 방해를하면 그 억울함을 하소연하지도 못한채 조용히 리콜을 눌러야합니다.
무인매크로와같이 RPG게임의 근본과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나 도가지나친 프로그램사용에 대해
지적을해봐야 돌아오는건 해결이아닌 '그런말하는 너는 얼마나 깨끗하냐'는 유저간의 되물음입니다.
이에 반박해주고싶은 마음이 들때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전혀 틀린말도 아닐뿐더러 운영자도 아닌
같은입장에 불과한 유저와 유저가 서로를 비난하고 감정소모를 반복하는일이 어느순간부터는..
정말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는 맞고 누가 틀리다.' 이런말은 이제 조금 지치네요. 하고싶지도 않구요.
이제는 '이 게임이 좋아서 한다'는 구차한 말조차 입밖으로 나오지않는 현실이 야속할뿐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이 또한 현실이고 받아들여야하는 부분이겠죠.
그래도 바라는게 한가지있다면.
20주년 이벤트정도는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20주년을 맞이할수있는 게임이 몇이나있겠어요.
2)
예전처럼 감수성이 풍부한 글을 적거나 정말 솔직한 이야기를 적으면..
어느덧 [오그라든다] [중2병이냐] 는 반응을 너무나 쉽게 볼수있는 요즘입니다. 여느 게시판에서도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표현을 쉽게 받아들이던때와 다르게 요즘은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졌어요.
예전만큼 타인의 글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무슨의도가 있는건 아닐까.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사람이 많다는건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의미에서 이 시인의마을이란 게시판은 시대를 참 잘 타고난곳이 아닐까 싶네요.
온라인이라는 공간이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을때, 글을쓰면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읽어주던.
그런 순수하고 때묻지않은 시절에 올라온 양질의 글들이 가득한 공간이니까요.
만약 지금 예전처럼 시인선출을 하고, 많은분들이 글을쓴다면 예전처럼 많은유저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예전만큼의 호응을 얻을수 있을까요? 저는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거든요.
연장선상에서ㅡ
대부분의 어둠유저분들이 그리워하는 속된말로 [옛날어둠]
우리모두가 순수했던때를 그리워하고 그런날이 올수없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인터넷이 처음 보급되고 컴퓨터로 타인을 만나는게 익숙하지 않던 순수한 시절.
그때 게임을 해보고, 그때의 추억을 가지고있는 우리가 어떤의미론 '축복받은 세대'가 아닐까싶어요.
제 사촌동생들을보면 예전의 그런 감성은 전혀 남아있질않고. 어린나이부터 게임안의 경쟁에 익숙해져
서로의 부모님에 대한 안부를 묻는것은 기본이고 왠만한 욕설은 모두 마스터할정도니까요.
살벌하게 게임하고있는모습을 보고있노라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ㅋㅋ)
이제는 예전과같이 순수한시절이 오지않는것이 단순 그립다기보다는..
반대로 모두가 순수하던시절에 이 게임을 접하고, 많은 추억을 가지고 떠올릴수있는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것 같습니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시는분들도 계시겠지만요.
과거의 나를찾고 과거의 어둠의전설을 찾기보다는
그냥 순수했던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고 추억할수있는것으로. 이 공간에 아직 접속할수있는것으로.
만족해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예전엔 이게임에 접속하면 더 나아지지않는 환경에 섭섭하고 화가날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게되네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봅니다. 어쨌든 좋게좋게 생각하시길 바래요.
ps
문득 날짜를보니 저번글을 적었던게 1월입니다. 새해인사를 전했는데 이번글에선 연말인사를 하네요.
시인의마을에 아직까지 관심을 가져주시고, 들러주시는 유저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인사를 전하며..
제 글을 기다려주시고, 편지를 보내주시는분들에게는 면목이 없습니다.
글을 자주쓰고싶다는생각은 하지만 예전처럼 행동하기가 쉽지 않네요. 늙었나봅니다. orz..
얼마남지않은 올 한해, 잘 정리하시고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미세먼지 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