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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사랑
496 2012.03.29. 13:15

일주일이면 다시 이기분이 잊어질지 모르지만 당분간 마누라한테 잘해야겠네요..

실화 하나를 이야기해줄게요...

아내: 점심은 비빔밥 먹을려는데 괜찮지?

남편: 또 양푼에 비벼먹자고?

아내: 어 먹고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하자. 집안청소 다했더니 힘들어 죽겠어

남펴: 나 점심약속있어

아내: 그런 얘기 없었잖아...

남편: 있었어 깜빡했어

아내: 그래? 할수없지 뭐...

그렇게 친구를 팔며 거짓말을했다 한가한 일요일 아내와 집에서 이렇게라도 탈출하고싶었다.
나름 차려입고 나가는데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나를 본다. 펑퍼짐한 바지에 한쪽다리를
식탁위에 올려 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폼새다.


아내: 언제 들어올꺼야?

남편: 몰라 저녁도 먹고 들어올수도있어

아내: 나 심심하잖아 빨리 들어와

남편: 애들한테 전화해보든가...

아내: 애들 뭐 전화하면 받아주기나해? 전화하면 끊기 바쁘지...

남편: 그럼 친구들이라도 만나든가

아내: 내가 일요일날 만날 친구가 어딨어!


그렇다 아내에게는 일요일에 만날 친구 하나없다. 아이들 키우고 내 뒷바라지 하다가 그렇게
됬다는데 아내의 똑같은 잔소리를 듣기전에 빨리나가야한다. 12시까지 술먹고 노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계속 왔다. 나중엔 버티다못해 배터리를 뺴 버렸다.


집으로 들어와보니 아내가 쇼파에 웅크리고 있다.

아내: 어디갔다 이제와?

남편: 친구들이랑 술한잔 먹었지 어디아파?

아내: 낮에 먹은 비빔밥이 ... 얹혔나봐 약좀사오라고 전화했더니 받지도 않고...

남편: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아내: 손이라도 좀 따줘

남편: 으이그 그러니까 천천히 좀 못먹냐?

아내: 버릇이 돼서 그렇지 뭐 맨날 집안일 하다보면 그냥 대강 빨리먹고 치우고 이랬던게...


그렇게 나는 아내의 손을 따주고 다음날 회식땜에 늦게 들어가게되었다..
그런데 아내가 또 쇼파에 웅크려 엎드려 있다.

남편: 아직도 체했어?

아내: 그런가봐 소화제 먹었는데도 계속 그렇네

남편: 손 이리 내봐


아내의 손끝은 상처 투성이였다.


남편: 이거 왜이래 당신이 손 땄어?

아내: 너무답답해서...

남편: 이 멍충아 사람이 이렇게 답답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평소의 마누라면 멍청하다는 말을할수있냐며 대들만도 할텐데
웅크린체 엎드려있다. 나는 순간 아내의 걱정이 들어 급히 업어 응급실에 갔다.


아내: 여보 병원오니까 괜찬은 거 있지

남편: 가만 있어봐 검사 받고가야되니까

아내: 아니야 진짜 말짱해 아까 잠깐 그렇게 아팠나봐

남편: 그래도 온김에 검사받고가

아내: 뭐하러 그래 응급실이 얼마나 비싼데 내일 아침에 병원가서 검사받을게 가자


잡을 틈도 없이 아내는 먼저 일어나 나가버렸다. 나도 머쓱하게 아내를 따라 나갔다.
몇일뒤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내가 회사 근처인데 같이 점심식사를 하자고 한다.
같이 걷는게 얼마만이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자주가는 회식집에 데려왔다.


아내: 횟집에 죽도 파네?

남편: 여기 괜찮지?

아내: 근데 너무 비싸다 죽 한그릇에 만오천원이나해? 태어나서 이렇게 비싼죽은 처음먹어보네

바닥까지 긁어먹는 아내를 보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몇십만원짜리 술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데 아내는 태어나서 이렇게 비싼죽은 처음먹어본단다. 그때 아내가 말을걸었다.


아내: 여보 나 할말이 있는데

남편: 뭔데

아내: 추석때 있잖아 친정부터 가면 안될까?

남편: 왜 또그래 어머니 성격알면서

아내: 그러게 30년 넘게 어머니 성격 아니까 명절 때마다 당신집부터 갔잖아

남편: 명절땐 시댁부터 가야지 왜그래 자꾸

아내: 당신 집은 오남매잖아 우리집은 오빠랑 나밖에 없자나 울엄마가 얼마나 외로워 하시는데

남편: 추석끝나고 가면 되지

아내: 어머니도 당신도 웃겨 그럼 이렇게해 당신은 당신집가 난 우리집갈거야

남편: 어머니가 가만 계시겠어? 왜그래 당신 오늘 좀 이상하다

아내: 30년 동안 부려먹었으면 됐잖아 나도 할만큼 했어 이정도 얘기하는게 뭐가이상해



아내가 큰소리 친대로 아내는 짐을 싸서 친정으로 가버렸다. 나혼자 내려간 고향집에
어머니는 노발대발이다 나는 30년만에 한번도 없던일이니 노엽게 생각하지말랬지만
마누라편든다고 내게도 잔소리이다. 그렇게 결혼생활 아내없이 혼자 고향집을 보내고
올라 왔다.

남편: 뭐야? 당신지금 뭐하는거야?

아내: 음악들으면서 책보잖아 뭐가

남편: 제정신이야? 명절 내내 전화 한통화 없이 어머니가 얼마나 화나셨는지 알면서

아내: 오랜만에 어머니 목소리 별로 듣고싶지않았어 간만에 좋은 기분 망칠 필요 없잖아

아내: 가끔 뉴스에서 주부우울증으로 투신자살하는 여자들 보면 남은 가족들은 어쩌라고 그랬을까
생각돼..

남편: 지금 그소리가 나오냐?

아내:(무시한체) 그런데 나 이제 조금씩 이해돼 그여자들은 가족들이 아무렇지도 않을꺼라고
확신이 있었기때문에 죽음을 택한거야

아내: 내가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지장하나 없을꺼야 첨에만 조금 슬픈뿐이지

아내: (울면서) 여보 나 명절때 친정에 가 있었던거 아니야 나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검사 받았어
당신이 전화 한번만 했어도 금방 알수있었을거야 당신이 전화해주길 바랬어... 내가
어디로 갔을까 나를 찾아주길 바랬어. 침대에 혼자 누어서 당신이 헐레벌떡 나타나 주면
뭐라고 하면서 안길까 그런 상상했었어 근데 끝내 안나타나더라 끝까지 혼자 두더라


...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였던 것이다. 다음날 아내와 나는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 결과에 대해 얘기를 듣기 위해서였다.가는동안 아내의 얼굴은 무거운체로 아무 말이없었다.


남편: 죽으러가냐?

아내: 무슨말을 그렇게해

남편: 요즘 위암 아무것도 아니야 요즘은 다고쳐

아내: 그래 누가뭐래

남편: 악성도 다고친다고 내친구 차교수알지? 그친구도 3기에서 살아났어 요샌 아무것도아니라구!!


누구를 위로하기 위해 큰소리를 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아내를 안심 시키기 위한건지
나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건지 큰소리 치면서도 운전대 잡은 손에 땀이 흥건하게 고였다.



난 지금 의사를 멍하게 바라보고있다 저사람이 뭐라고 말하고 있는건가 내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수술도 하기 어려운 상태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가고싶은데 있다면 데려가주고 먹고싶은거 있다면 먹게 해주라고 삼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 지금 저 멍청한 돌팔이가 무슨말을 하는건지 이해가안되었다. 자기가
하나님인가?
자기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아나 내 아내가 3개월을 살지 3년을 살지 30년을 살지 어떻게아냐고


아내: ...여보...

남편: 왜

아내:... 미안해

남편: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내가 아까 말했지? 차교수도 첨에 병원가서 똑같이 말했댓어
근데 지금봐 멀쩡하잖아 저 돌팔이세기들 겁줘서 돈 뜯어낼라고 하는소리야 믿지마!! 저런말!


나는 끝까지 바보였다 아내에게 강한 모습만 보여주고싶어서 또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너무나도
무섭다. 아내가 잡고있는 내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너무너무 무섭고 겁이났다


아내가 아이들을 보고싶다고 서울로 올라가자고했다 아이들은 공부하기 바쁜지 놀기 바쁜지
아내가 늘 말하는 잔소리에 그닥 방가운 표정이 아니다. 아이들에겐 비밀로 하자고 하는 아내의
말을 지키며 나는 담뱃불을 키고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

아내: 또 ... 또 담배... 담배좀 그만펴

남편: 또 잔소리야 그렇니까 애들이 싫어하지

아내: 여보 집에 내려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데 들렸다갈까?

남편: 코스모스?

아내: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은데에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 보다.. 비싼음식 비싼옷이아닌
아이들의 얼굴 과 꽃이핀 길에서 나와 함께 걷는걸...

남편: 그래 가자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아내: 여보 나 당신한테 할말있어.

남편: 뭔데

아내: 우리적금 올말에 타는거 말고 또있어

남편: 뭐?

아내: 내년 4월에 탈꺼야 2천만원짜리인데 3년 부은거야 통장 싱크대 두번째 서랍안에 있어
그리고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야~
그거 꼭확인해보라고...

남편: 당신 정말.,...

아내: 그리고 나 부탁 하나만할게 올해 적금타면 우리 엄마한테 한 이백만원만드려 엄마 이가
안좋으신데 틀니 하나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오빠 능력이 안되잖아 부탁해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하는걸 알면서도 소리내어 엉엉.....
눈물을 흘리고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 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집으로 돌아왔을땐 집안이 텅텅 비었다 오빠가 이사했다고 자기떠나면 오빠가 새 주소 알려줄테니
거기 가서 살라고 나는 버럭 화를 냈지만 아내는 마지막을 여기서 보내고싶다 한다..
텅 빈 집한구석에 우리 부부가 앉아 있다.



요즘들어 아내는 내손을 자주 잡는다. 아내가 나에게 묻는다

아내: 여보 예전에 사랑한단 그런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했잖아

남편: 그랬나...

아내: 당신 나에게 사랑한다 말한적 한번도 없는데 그거알지?

남편: 그랬나..

아내: 어쩔 떈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남편: ...자...




아내는 금방 잠이 ㅣ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보다가 나도 곧 잠이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있었다.


남편: 여보 오늘 우리 장모님 뵈러 갈까?

아내:....

남편: 여보 장모님 틀니 연말로 미룰것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아내:...................


좋아하며 일어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어 본다.

문을 열었을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질 하던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좀 그만마시라던 잔소리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처음으로 우리 집으로 장만한 이곳에서 아내는 그렇게 잠들었다.


남편: 여보 안일어나면 나 장모님 뵈러 안갈꺼야 어서 일어나봐

남편:....

남편: 장난치지말고 여보 일어나봐 지금안일어나면 안갈꺼야~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