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는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평범한 게 최고라 여기며 조용히 살아가는 평범한 아이였다.
좋게 말해 평범이지 정말 존재감이 없었다고나 할까.
훗날 내가 같은 반이었다는 걸 모르는 아이들이 있을 지도 모를 만큼?
솔직히 말해 기억하는 아이보다 기억 못 하는 아이가 많을 거다.
그 정도로 나를 숨죽이며 살았으니까.
"강인득."
그는 학기 초부터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준수한 외모에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밝고 성격 좋고 뭐든 잘 하는….
누구나 가까이 하고 싶은 그런 사람.
어떤 무리에서든 그 한 가운데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누구에게든지 먼저 다가가고 친절했는데 나에게만은 그런 친절이 돌아오지 않았다.
섭섭함도 들고 어쩔 때면 '왜?' 라는 생각이 마음을 흔들 때도 있었지만 그는 나와 정반대였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굳이 그가 내게 호의를 베풀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를 TV속 연예인 보듯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조용한 내게 관심 주지 않는 것 정도야 당연하다 생각하게 됐고
이제껏 그랬 듯이 앞으로도 나와는 전혀 부딪힐 일 없다 생각했다.
접점이 전혀 없던 그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기 전까지.
그건 1학기 끝무렵, 초록이 완연한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