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크프리트 장군의 노성 터진 물음에 궁정마법사는 굴하지 않고 대답했다.
"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되려 장군에게 묻겠습니다. 이것 외에 다른방안이 있습니까? "
똑부러지게 되묻는 그녀의 질문에 장군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 그..그런. "
그 때 슬레이터왕이 손을 들어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
"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현장에 있었던건 궁정마법사뿐이오. 해서... "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왕은 결국 낮은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고 말았다.
" 그녀를 지하감옥 마지막층으로 내려보내는 것을 허락하겠소. "
그렇게 왕실회의가 종료되고,
회의에 참석하였던 고위귀족이 지크프리트장군에게 슬쩍 다가와 물었다.
" 장군. 대체 왕실지하감옥 마지막층엔 무엇이 있길래 그런것입니까? "
그러자 지크프리트 장군은 인상을 쓰며, 퉁명스럽게 대답하였다.
" 그것은 그대가 알 것이 못되오. 그러니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오. "
또각 - 또각 -
궁정마법사는 평소 그녀가 애용하는 스태프 하나만을 쥔 채,
칠흑같은 어둠으로 가득찬 지하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주위에는 감옥이나 죄수따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벽이었다.
보통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층층마다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거대하고도 끝없는 계단과 벽은 오직 마지막층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대체 이 아래 최심층에는 무엇이 있길래 이렇게까지 해놓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결국 그녀는 마지막층에 도달하였고 그녀 앞에 거대한 검은 문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휴.. 열어도 되는건지 모르겠군. "
발걸음을 이끈 것은 그녀의 의지였으나, 쉽게 문으로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나 이윽고 마음을 다잡으며, 왕에게 하사받은 비밀의 열쇠를 꺼내었다.
거대한 문 앞으로 다가서자 열쇠를 넣을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보였다.
그녀는 그 구멍으로 열쇠를 넣고 가볍게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언가 마법이 깃든 듯 작은 빛이 번쩍하는가 싶더니,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고 드러난 것은 웅장하다는 표현마저 부족할정도로 온 사방이 붉은 사슬 투성이였다.
그리고 중앙엔 그 무수히 많은 붉은 사슬에 감겨져 있는 한 사내가 보였다.
" ..... "
굳은 얼굴로 응집된 붉은 사슬 속으로 들어가는 궁정마법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된 사내는 고개를 숙인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사내 앞으로 다가온 그녀는 손으로 그의 머리를 짚은 채, 무언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녀가 손을 떼자, 사내의 고개가 천천히 들어올려지기 시작했다.
" 일어나셨군요. "
" ..... "
고개를 든 사내는 잠시 눈앞의 그녀를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 네 년은 누군데 찾아와 나를 깨우는 것이냐? "
그저 눈을 마주했을뿐인데,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강렬한 황금색을 띄는 사내의 눈동자는 아주 강대한 마력을 담고 있는 듯 하였다.
그렇기에 그저 보는것만으로도 혼백이 달아날것만 같은 것이다.
사내를 구속하고 있는 저 붉은 사슬과 강력한 주술만 아니었다면,
자신 따위는 진작에 찢겨나갔을 것이라 생각하던 그녀는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 당신을 알고 찾아온 것입니다. "
여전히 마주하는 눈동자.
잠시 간의 침묵 후 궁정마법사는 입을 열어 그의 이름을 불렀다.
" 악의 화신 뮤레칸의 심복... 테네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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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일이 많이 바빠서 접속조차 제대로 못했었네요.
기다리셨던 분들이 계실진 모르겠으나, 꾸준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