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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타.연.쇄]#12 테네즈
1779 2021.03.07. 21:14

" 드디어.. "


쿠콰콰콰콰콰 -


강대한 마나의 폭발음과 함께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자유로움인가,
양팔을 들어올린 채, 고개를 위로 꺽어 잠시 눈을 감아보이던 사내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단순히 봉인만 풀렸을뿐인데,
온 몸이 저릿할정도로 강대한 마나폭풍에 궁정마법사는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테네즈는 천천히 고개를 젖혀 궁정마법사를 응시했다.

맹렬히 빛나는 황금색의 눈,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방대한 양의 마나를 품은 눈이었다.


" 너에게는 고마워해야겠군. "


떨리는 목소리로 궁정마법사는 입을 열었다.


" 예..? "


그 모습에 테네즈는 쾌활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나를 해방시키기 위해서 네가 애썼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


말이 끝나기 무섭게 표정이 사나워진 그는 주먹을 쥐어보며 외쳤다.


" 이렇게 오랜 시간 가둬둔 놈들을 용서할 수 없는 노릇이지. "


아아, 역시 예상대로인가.
탄식하며 주저앉는 궁정마법사의 예상과 다르게 그는 다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 너의 공을 봐서라도 지금 당장 일을 벌이진 않겠다. 물론 이자벨라. 그 계집을 처단하는 것이 먼저겠지. "


순간 테네즈의 눈이 빛나는가 싶더니,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궁정마법사도 눈치재지 못할 만큼 아주 빠른 속도로 공간이동을 사용한 것이었다.


" 테네즈.. 여기는? "


" 나도 꽤 오랫동안 쉬었으니 몸을 풀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


쾌활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붉은 머리의 사내.
지금의 모습만큼은 과거의 악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만큼 잘생긴 외모의 청년이었다.


" 그리고 내 너에게 가르침을 줄 것이니. "


손을 들어 무언가를 캐스팅하던 테네즈.

그리고 곧 놀랄만한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쿵 - ! 콰콰콰콰 - !


아주 강력한 수계의 마법이 눈앞에 절벽을 강타했고, 암석으로 이루어진 벽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마스터 마법사인 자신이 보기에도 처음보는 마법이었지만, 익숙한 마나의 기운이었다.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물의 기운.


" 서.. 설마 방금 그 마법 마레노인가요? "


놀란 눈으로 묻는 그녀의 말에 테네즈는 웃으며 대답하였다.


" 크하하하. 역시 알아보는구나. 그래, 방금 사용한 것은 마레노다. "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상황에 궁정마법사는 말문이 막혔다.

마레노는 1써클의 마법사가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수계 공격 마법.

그저 팜팻따위나 잡는 용도로 사용되는 위력이라곤 형편없는 그 마법이,
테네즈가 시전하자 물속성 최강의 마법인 아이스블러스트보다 강력했던 것이었다.


"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입니다. 1써클의 마법은 아시다시피 이런 위력을 낼 수 없어요. "


궁정마법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테네즈는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묵살했다.


" 아니, 마레노가 맞다. "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그녀는 반문했다.


" 네? "


통상적으로 마법의 개념에서 1써클이란 것은 마나의 싸이클이 1회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수련을 거듭하고 쌓은 마나의 양이 증가하면, 마법사는 2써클이 되고 마나의 회전도 2회전을 거쳐
더욱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섯번이 한계였다.
아무리 수련을 거듭해도 5번 이상의 마나의 회전은 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법사는 5써클의 마법이후로 모두 동일한 마나의 회전과 위력을 가진 마법을 사용한다.

위력을 증가시키려면 자신이 가진 마나의 양을 증가시키는 방법밖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방금 그가 사용한 것은 그저 마나의 양이 많다고 해서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레노와 같은 마나의 기운이지만 위력은 차원이 다른 마법.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수 없던 궁정마법사에게 테네즈는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 마레노는 알다시피 1써클, 즉 마나가 1회전하는 마법이지. 하지만 하나의 캐스팅에 지나지 않고,
더블 캐스팅을 해서 강제로 두개의 마나를 동시에 회전시켜버리면? "


궁정마법사는 테네즈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이었다.


" 그러면 그 마법은 두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제곱하여 파괴력이 증가한다. "


" 하..하지만 그래도 방금 사용한 것은.. "


" 네번이다. "


" 네..? "


" 방금 사용한 마레노는 트리플 캐스팅이지만, 난 쿼드라 캐스팅까지 가능하다는 말이지. 바로 이렇게 "


테네즈가 또 다시 마법을 쓰자, 이번엔 화속성의 마법이 이미 부서져버린 암석 무더기를 덮쳤다.

그러나 이전의 마레노의 위력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강렬한 불의 폭발을 일으키며,
엄석 무더기는 그대로 소멸되고 말았다.

굉음과 함께 자욱한 먼지가 나고, 궁정마법사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 이게 바로 쿼드라 캐스팅으로 구현한 플라모다. "


" 도대체.. "


" 위력은 단순히 네배가 되는 것이 아니고, 네번 제곱하여 증가하게 되지. "


그때 궁정마법사는 문득 서적에서 보았던 기록이 떠올랐다.
그것은 테네즈를 봉인에서 풀어주기전에 그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본 서적이었다.

어려서부터 마법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 여러 신들의 총애를 받은 것도 모자라
악의 화신 뮤레칸마저 그를 심복으로 만든 것은 그의 초월적인 마법 실력 때문이라는 것을.

이 모든 것을 궁정마법사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도 그저 한 인간일 뿐,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신의 축복과 은총을 휘감은 루딘과 호각으로 싸운 전설의 마법사.
그녀는 그 누구도 막지못할 최강의 흑마법사와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자각했다.

테네즈는 붉은색 앞머리를 쓸어넘겨보이며, 말을 이었다.


" 한달이다. "


" 네? "


" 한달 뒤면 이자벨라가 자신의 힘으로 잠식시킨 몬스터를 이끌고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


지금부터 당장 준비해도 촉박한 시간이었다.

시간만 부족한 것인가? 이미, 악령에 잠식된 몬스터들과의 반복된 전투로 많은 전력을 상실했다.


" 가서 왕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고, 다시 내게 오거라. "


" 같이 전쟁을 준비하시지 않는 겁니까? "


" 필요없다. 나 혼자서 싸워도 충분하니까. "


자신있게 내뱉은 그의 말에 궁정마법사는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다.


" 나는 네가 꽤 마음에 드는구나. 해서, 내 너에게 마법을 가르쳐볼까 한다. "


마법을 가르쳐준다는 말에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지금은 사라져버린 고대의 잃어버린 마법부터 금지된 마법까지, 내 너를 최강의 흑마법사로 만들어줄것이니라. "


테네즈와 궁정마법사가 없는 동안,
슬레이터왕은 각 성의 길드마스터의 지원을 받아 몬스터들의 침공에 대비한 군단을 결성했다.

그가 언급했던 한달이란 시간이 어느새 지나고,


" 전하! 큰일이옵니다! 엄청난 숫자들로 이루어진 몬스터들이 루어스로 향해 오고 있사옵니다. "


갑자기 들어온 부관의 보고에도 슬레이터왕은 침착했다.


" 제장들이여, 때가 왔소! "


그렇게 세계의 존망이 걸린 마지막 싸움의 초읽기가 시작되었다.